산업 IT

'애플 홈팟2' 나왔는데…겨울잠 자는 AI스피커

[스마트홈 기기 역성장 늪]

경기 침체·인플레 여파 수요 ↓

작년 출하량 8.7억…2.6% 줄어

업계 선두 아마존·구글 사업 축소

홈팟2 299달러 높은가격도 발목





IT 기기와 가전을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하는 스마트홈의 ‘허브’ 역할을 하는 스마트스피커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이 5년만에 ‘홈팟’ 2세대를 내놓으며 스마트스피커 시장에 재진출했지만 아마존과 구글 등 선두주자가 관련 사업을 축소하며 시장 전망에는 먹구름이 끼고 있다.

6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스마트홈 기기 출하량은 전년보다 2.6% 감소한 8억7400만 대에 머물렀다. 경기 침체·인플레이션 여파로 IT 기기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IDC는 올해 스마트홈 기기 출하량이 4.6% 늘어나겠지만, 정작 스마트홈 허브 역할을 맡는 스마트스피커 판매량은 장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스마트스피커 인기가 사그라드는 탓이다. 애덤 라이트 IDC 애널리스트는 “지난 3~4년간 스마트스피커가 엄청나게 팔리며 시장이 포화됐다”며 “스마트스피커에 관심 있는 가정은 이미 한 개 이상의 기기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마트스피커 시장 선두주자 아마존과 구글도 사업 축소에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CIRP에 따르면 양사는 미국 내 스마트스피커 시장 점유율이 각각 67%와 27%에 달하는 지배 기업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11월 1만 명 이상의 인원 감축을 진행하며 ‘알렉사’ 관련 팀을 대폭 축소했다. 구글도 구글 어시스턴트의 사업 방향을 ‘구글이 만들지 않은 기기’ 중심으로 개편하고 있다. 스피커 제작과 보급보다는 타 안드로이드 기기를 지원하는 방향을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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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스마트스피커가 돈이 안 된다는 데 있다. 스마트스피커는 인공지능(AI) 연구를 위한 데이터 수집에는 도움이 되지만 수익 창출이 힘들다. 실제 미국 매체 인사이더는 지난해 아마존이 알렉사 등 기기에서 100억 달러에 가까운 손실을 봤다고 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자 당장 돈이 안 벌리는 영역부터 사업이 축소되고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스마트스피커에 대한 관심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네이버는 클로바 램프 외 모든 AI 스피커 판매를 중단했고 카카오는 2020년 이후 신제품 출시가 없다. 삼성전자(005930)는 2018년 갤럭시 홈을 공개하고 2019년에는 소형화한 갤럭시 홈 미니를 테스트했지만, 2020년 갤럭시S20 출시 당시 경품으로 증정했을 뿐 정식 출시하지는 않았다. 현재 의욕적으로 사업을 벌이는 기업은 셋톱박스가 필요한 SK텔레콤·KT 등 통신사 뿐이다.

업계는 최근 애플이 내놓은 홈팟 2세대에 주목하고 있다. 애플은 2018년 홈팟, 2020년 홈팟 미니를 출시한 바 있다. 5년 만에 돌아온 홈팟은 애플 생태계뿐만 아니라 글로벌 IoT 표준 ‘매터’를 지원해 타 스마트홈 기기를 쉽게 연동할 수 있다.

다만 홈팟 2세대가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우선 가격이 299달러로 비싸다. 또 스마트스피커의 모든 역할을 스마트폰이 대체할 수 있지 않느냐는 근본적인 의문도 지속된다. 안시카 제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수석 애널리스트는 “스마트스피커 기능은 스마트TV는 물론 모바일 장치로 모두 수행할 수 있어 타 기기로 대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빅테크와 달리 가전 포트폴리오를 갖춰 스마트홈 구축 필요성이 더욱 큰 삼성전자가 스마트스피커 시장에 진출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갤럭시 스마트폰이 스마트홈의 중추가 될 수 있기에 별도 기기는 필요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윤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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