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장병의 의료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병사의 민간병원 입원기간을 확대하는 등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고 8일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3일 국방부 장관에게 민간병원 활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의료체계를 개편하는 등의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이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도 마련하라고 했다.
병사의 의료기관 이용을 원활히 하기 위한 방안도 담겼다. 인권위는 병사의 민간병원 입원 기간을 현행 10일 이내에서 30일 이내로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병사의 진료 목적 청원휴가 사용 요건을 완화하고, 병사가 휴가를 1시간 단위로 분할해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군 의료기관의 진료 시간대를 조정하고 야간진료를 활성화하라고도 했다.
장병의 의료행위 선택권 보장에 관한 법령 규정 신설도 권고했다. 또 장병의 연가, 진료 목적의 청원휴가 및 외출·외박 신청 시 지휘관이 원칙적으로 승인해야 한다는 법령 규정도 신설하도록 했다.
인권위가 2020년 실시한 ‘장병 건강권 보장을 위한 군 의료체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때 받지 못하는 ‘미충족 의료 경험’이 24.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외래진료 횟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인 데 비하면 군인의 의료접근성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미충족 의료 경험’의 주된 원인은 △증상이 가볍거나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 같아서(46.2%) △훈련·근무 때문에 의료기관에 갈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근무지를 비울 수 없어서(44.9%) △부대 분위기상 아프다고 말하기 어려워서(27.8%) △군 의료시설에 갔지만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서(24.7%) 등이었다.
군 의료체계와 의료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도 보편적 의료서비스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태조사 결과 민간과 군 의료 서비스를 모두 이용해본 병사들 중 군 의료서비스에 만족한다는 의견은 23%, 불만족한다고 답한 의견은 46.1%였다. 인권위는 “낮은 만족도는 군 의료기관의 인적·물적자원 부족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장병들이 의료기관, 특히 민간병원을 눈치보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군 의료기관의 외래진료 시간대를 2~3시간 정도 늦추고 야간진료를 활성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