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헌책방서 만난 책과 사람들 이야기

■헌책 낙서 수집광

윤성근 지음, 이야기장수 펴냄






서울 은평구에서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운영하는 저자가 헌책이 좋아서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헌책방을 차리면서 만난 책과 손님들의 이야기를 쓴 에세이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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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헌책에는 평범해서 더 값진, 우리들의 이야기가 흐르고 있다”며 헌책 속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발자취와 그 안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찾아 나선다. 헌책의 누렇게 바랜 페이지 속에는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문장에 나보다 먼저 밑줄을 그은 사람, 속지에 쓸쓸한 내용의 일기를 남긴 사람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다.

그가 수집한 책 중에서는 1978년판 ‘타인 최면술’이라는 책에는 ‘김○○ 부장, 너는 내가 반드시 죽인다’라는 낙서가 있고, 콜린 윌슨의 ‘아웃사이더’는 수많은 페이지 중 도스토옙스키를 언급한 부분만 탄 흔적이 발견된다. 기형도의 유고 시집 안에서는 자녀에게 쓴 편지를, 루쉰의 ‘광인일기’에는 “웬만하면 족구는 조금씩만 해라”라는 메모를 찾아낸다. 맥락은 없지만 다채로운 이야기다.

헌책방 손님들도 내공이 깊다. 책은 ‘초인생활’이라는 책을 골라와서 주인에게 일독을 권하고 홀연히 사라진 도인, 헌책방에서 전자책을 홍보하는 젊은이, 대단한 책 전문가지만 자기 일을 하는 시계 수리공 등 다양한 인간군상을 소개한다. 1만7800원.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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