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연금개혁 떠넘기는 국회, 표심 매달려 미래세대에 ‘폭탄’ 안기나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당초 4월로 예정됐던 연금 개혁안 발표 시점을 미루기로 결정했다. 연금개혁특위는 8일 민간자문위로부터 연금 개혁 논의 상황을 전달받고 보험료율·소득대체율 등을 조정하는 ‘모수 개혁’보다 기초연금·퇴직연금 등과 연계된 ‘구조 개혁’을 먼저 검토하기로 했다. 보험료를 더 내도록 조정하는 개혁을 뒤로 미루고 연금 체계 전반을 아우르는 장기 과제를 먼저 다루겠다는 것은 연금 개혁 의지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회 특위는 모수 개혁을 10월 발표될 정부 개혁안 이후에 논의하기로 했다. 3개월 넘게 연금 개혁의 시늉만 하다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에 책임을 떠넘긴 꼴이다.



국민연금기금은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2041년 적자로 돌아서고 2055년에 소진된다. 연금 고갈을 막으려면 보험료를 ‘더 내고 늦게 받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국회 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들이 소득의 9%인 보험료율을 15%로 인상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특위는 이마저 무시하고 연금 개혁을 중장기 과제로 넘겨버렸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표심이 멀어질까 두려워 개혁을 미룬 것이다. 대규모 시위에도 연금 수급 연령을 최소 2년 이상 늦추는 연금 개혁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프랑스 하원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여야 정치권이 국가의 핵심 과제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내기는커녕 포퓰리즘에 휘말려 본연의 책임마저 내팽개친 것이다. 이러다가는 정부와 국회가 핑퐁게임을 벌이며 과거처럼 개혁이 계속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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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올해는 저항을 덜 받으면서 연금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이런데도 정치권은 눈앞의 표심에만 매달려 미래 세대에 ‘연금 폭탄’을 안기려 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1990년대생부터는 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여야는 선거 유불리를 따지는 무책임한 행태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연금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뚝심을 갖고 국민과 국회를 설득해 미래를 위한 개혁 작업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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