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성장 둔화, 수익성 악화를 면치 못한 카카오가 최근 챗GPT를 계기로 격해진 초거대 인공지능(AI) 경쟁에 본격 가세해 돌파구를 찾는다. 자체 모델을 활용해 만든 서비스를 연내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광고 매출 확대를 위한 카카오톡 개편 작업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10일 열린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챗GPT와 같은 초거대 AI의 등장은 카카오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초거대 AI 모델은 아이디어로 차별화되는 게 아니라 모델의 크기와 품질이 좌우해 글로벌 기업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며 “(이에 맞서) 카카오는 카카오브레인의 코(KoGPT)를 활용한 버티컬(특정분야 전문) AI에 집중하겠다. 연내 AI 버티컬 서비스를 빠르게 선보여 역량을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코GPT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언어 모델 GPT3를 기반으로 만든 한국어 모델이다. 현재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형태로 회사 내외부 개발자들에게 개방해 기업간거래(B2B)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를 넘어 챗GPT처럼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상용화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초거대 AI의 규모 지표인 매개변수가 코GPT는 60억 개로 GPT3(1750억 개), 네이버 하이퍼클로바(2040억 개) 등보다 작지만 ‘비용 대비 효율성이 높다’는 장점이 앞세워 버티컬 영역을 공략한다.
홍 대표는 코GPT를 기반으로 출시할 구체적인 서비스명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기존 카카오의 챗봇, 소상공인·판매자 마케팅 등을 위한 AI 서비스에서 발전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챗봇 ‘조르디’가 개인화된 AI 비서 역할을 하거나 소상공인의 광고문구를 대신 작성해주는 등의 AI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코GPT 외 ‘화가 AI’로 알려진 이미지-텍스트 멀티모달(이미지와 텍스트를 동시에 학습하는) 모델 ‘칼로’는 카카오톡과 연계, 카카오톡 프로필과 배경사진을 만들어주는 서비스로 상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앞서 예고한 흉부 엑스레이 판독문 초안을 작성해주는 헬스케어 서비스도 호주에서 먼저 출시를 앞두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개편도 지속 추진 중이다. 앞서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별도의 애플리케이션 ‘오픈링크’로 연내 출시한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이보다 단기적인 계획으로 오픈채팅 탭(카카오톡의 하단 메뉴)을 채팅 탭에서 분리해 신설할 예정이다. 오픈채팅은 지인을 넘어 관심사가 일치하는 사람들끼리 만나는 커뮤니티 공간인 만큼, 카카오 광고 사업의 약점인 맞춤형 검색광고 역량이 이용자의 오픈채팅 관심사 데이터를 통해 보완될 수 있다. 카카오는 새로운 오픈채팅 탭에도 비즈보드(배너광고)를 붙여 이런 광고 지면을 확대할 예정이다.
카카오톡 프로필은 칼로 도입과 함께 여러 기능 추가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의 탈바꿈을 계속한다. 이용자가 메신저를 이용하지 않고도 카카오톡에 체류하도록 해 광고·커머스(상거래)와 연계하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톡 프로필 공감버튼을 최근 출시한 데 이어, 조만간 친구목록을 이름 가나다 순이 아닌 관계의 중요도나 소통 빈도에 따라 유연하게 바꾸는 방안도 검토한다. 홍 대표는 “메가(대규모) 트래픽만으로는 광고 사업을 성장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며 “단순히 이용자의 눈에 띄는 광고를 노출하는 게 아니라 이용 맥락에 맞게 광고를 노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 인건비 등 비용 부담, 대규모 서비스 장애로 인한 유료 이용자 피해 보상으로 수익성이 악화, 영업이익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날 발표된 지난해 연결기준 잠정 실적은 매출이 7조 1071억 원으로 16%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5805억 원으로 2.4% 줄었다.
이날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인수해 최대 주주에 오른 가운데, 카카오는 앞서 SM엔터에 지분 투자를 결정하며 밝힌 양사 협력 계획을 재차 언급했다. 하이브의 개입으로 카카오의 계획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데 카카오는 이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카카오는 “양사는 장기간 사업 협력을 논의해왔고 이번 (지분 인수) 거래로 포괄적 사업 협력을 맺었다”며 “양사의 IP 콘텐츠, 기술적 역량을 강결합해 아티스트 공동 기획을 통한 K팝 경쟁력 강화, 팬 플랫폼 구축, 웹툰과 연계, 서울아레나 활용 공동 추진 등에 나서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