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시리아 강진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가운데 지진 피해를 당한 시리아 서북부 지역에서 대규모 난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유럽 등 주변 국가들이 2011년부터 13년째 계속돼온 내전으로 시리아를 떠난 난민 수백만 명을 수용하느라 골머리를 앓는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 시간) “시리아 지진으로 유럽의 난민 논쟁이 격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누적 사망자 수는 이날 현재 튀르키예 1만 7000여 명, 시리아 3000여 명 등 2만 명으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사망자(1만 8500명)를 훌쩍 넘어선 상태다. 현지 전문가들은 최대 20만 명의 시민이 여전히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해 인명 피해가 얼마나 클지는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특히 시리아의 경우 인명 피해가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시리아의 사상 현황은 정부와 민간 구호단체 ‘하얀 헬멧’이 파악한 숫자를 합해 발표되는데 이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 블룸버그의 지적이다. 실제로 시리아의 피해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의미다.
외신들은 무엇보다 지진의 진앙 주변인 튀르키예 동남부가 시리아 난민들이 모여 지내던 지역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튀르키예가 시리아발(發) 난민 사태로 몸살을 앓았던 2016년 유럽연합(EU)과 난민송환협정을 맺은 뒤 튀르키예 동남부 지역에는 총 300만 명 이상의 시리아 난민이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지진으로 생계가 불투명해진 이들이 다시 유럽 등 주변국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튀르키예의 시리아 난민 다수가 진앙 주변에 살고 있었으며 이제 이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도 시리아의 지진 피해 대응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이다. 지진 피해지인 시리아 서북부 지역은 반군이 차지한 구호 ‘사각지대’인데다 서방국들은 시리아에 원조 물품을 지원하면서도 알아사드 정권이 이를 전용하지 않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리아 서북부 지역에는 이날 지진 발생 이후 나흘 만에 처음으로 구호물자가 도착했을 정도로 사정이 열악하다.
한편 미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길 확률이 종전 14%에서 24%로 크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사망자가 1만∼10만 명일 확률도 30%에서 35%로 높아졌다. USGS는 이번 지진에 따른 튀르키예의 경제적 손실 추정 규모도 GDP의 최대 6%에서 10%로 올려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