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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인플레 우려 모드”…“미시간대 인플레기대 재상승”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14일(현지 시간)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월가가 다시 인플레이션 조심 모드로 진입했다. AP연합뉴스14일(현지 시간)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월가가 다시 인플레이션 조심 모드로 진입했다. AP연합뉴스




1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더 높은 기준금리 전망에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0.61% 내린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22%, 0.50% 올랐는데요. 이날 10년 물 국채는 한때 연 3.74%대까지 뛰었습니다. 유럽 지역의 국채도 상승했는데요.

달러인덱스는 한때 103.67까지 올랐습니다. 우에다 가즈오 전 심의위원이 차기 일본은행(BOJ) 총재로 지명된 후 엔화는 강세를 보였지만 그가 “현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한 뒤 상승분을 반납했는데요.



밸런타인 데이인 다음 주 14일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월가는 인플레이션 우려 모드에 진입했습니다. 러시아의 감산 소식에 국제유가가 상승했고 미시간대 인플레이션 기대도 올랐는데요. 아직 견고한 고용도 물가가 끈적끈적할 수 있음을 의미하죠. 오늘은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 경기 전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서머스, “시장 인플레에 너무 안일해 재반등 가능”…“지난해 12월 CPI -0.1%→+0.1%로 수정”


우선 미시간대 자료부터 보죠. 이날 나온 2월 미시간대 1년 인플레이션 기대가 4.2%로 나왔습니다. 블룸버그통신 전망치 4.0%보다 0.2%포인트(p) 높은데요. 지난해 10월 5.0% 이후 꾸준히 감소, 1월에 3.9%까지 내려왔던 것이 이번에 반등한 겁니다. 5년 이상 장기 인플레 기대는 2.9%로 예상치와 같았지만 단기(1년) 물가상승이 예상된다는 거죠.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도 좋았는데요. 1월이 66.4로 월가 예상치 65.0을 웃돌았습니다. 1월 64.9보다도 높았는데요. 강한 고용 덕이죠. 소비심리가 괜찮고 1년 뒤 물가가 오를 것 같다는 말은 당분간 경제가 버틸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기 때문에 더 높은 기준금리를 더 오래 가져가야 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날 미 노동부는 연례 CPI 수치 조정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계절조정 요인을 매년 따져보고 조정하는 건데 지난해 12월 전월 대비 -0.1%였던 CPI가 +0.1%로 수정됐습니다. 전월 대비 마이너스여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는데 그게 사라진 거죠. 지난해 10월도 0.4%에서 0.5%, 11월도 0.1%에서 0.2%로 조정됐는데요. 다니엘 실버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전체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전망에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라면서도 “하지만 최근의 (인플레이션의) 강한 경향은 앞으로 상방 위험을 낳는다”고 했습니다.

실제 1월 CPI는 계속해서 전월 대비 0.5%, 전년 대비 6.2%로 예측되는데요.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은 각각 0.4%와 5.5%로 나옵니다. 중고차 가격의 재상승과 휘발유값 상승 탓에 헤드라인 수치 상승폭이 커지는 거죠.

미시간대 인플레이션 기대미시간대 인플레이션 기대


러시아가 대서방 보복을 위해 3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50만 배럴씩 축소하기로 하면서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전날보다 배럴당 2.1%(1.66달러) 오른 79.72달러에 마감했는데요. 장중에는 80달러를 넘었죠. 러시아의 감산이 예상 가능했던 조치였기에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우려도 있긴 합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생산량을 늘릴 생각이 없는데요. 지금으로서는 슈퍼코어 서비스 물가가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인플레이션 흐름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생산자물가지수(PPI)도 그런데요. 16일에 발표될 1월 PPI가 전월 대비 0.4%로 전망됩니다. 지난해 12월 -0.5%와 대비해 많이 오르죠. 1월 근원 PPI도 전월 기준 0.3%로 전달(0.1%)보다 0.2%p 뛰는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전년 대비로는 지난해 12월 6.2%에서 5.4%, 근원 PPI는 5.5%에서 4.9%로 내려옵니다.

그래서인지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는데요. 그는 이날 블룸버그TV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컨센서스가 상당히 너무 안일해졌다”며 “물가에 관한 한 여러가지 반등 요소들이 있으며 추가적인 하락은 얻기 어려워질 것이다.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금리인상 없이 2%의 인플레이션에 도달할 수 있는 궤도에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번 긴축은 단지 0.25%p를 한번이나 두번, 세번 더 올리는 것이 아닌 더 근본적인 것에 관한 것”이라며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2년 전 기준으로 보면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는데요.

이는 최종금리(terminal rate)가 5.00~5.25%냐, 5.25~5.50%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경제 자체가 고물가, 고금리 구조로 가는 게 아닌가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1월 소매판매 전망 지속 상승·BofA 카드 사용 5.1%↑”…“블룸버그 이코노믹스, 국채금리 역전에 침체 확률 최소 66%”


이렇다 보니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렸던 대로 경기판단이 엇갈립니다. 낙관론 측에서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고 임금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으며 고용이 경제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에 소프트랜딩이 가능하다는 건데요. UBS의 폴 도노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침체라는 단어를 은퇴시킬 때”라고 했습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려면 기준금리가 5%를 넘어야 하며 그 이후에 잠시 멈춰야 한다. 5%보다 얼마나 올라갈지는 두고 보자”면서도 “연착륙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죠.

블룸버그에 따르면 탄탄한 고용에 1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1.8% 상승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하루 새 1.5%에서 1.7%를 거쳐 1.8%까지 올라왔는데요. 지난해 12월은 -1.1%였죠. 자동차를 뺀 소매판매 전망치도 0.8%에서 0.9%로 상승했습니다. 식당 예약 사이트인 오픈테이블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감소했던 예약이 올 들어 증가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1월 신용·직불카드 사용액이 전년 대비 5.1% 증가해 12월의 2.2%보다 크게 증가했다고 합니다. BofA는 “이 같은 지출 증가는 의미 있는 수준”이라며 “20개 주 이상에서 최저임금이 올랐고 사회보장연금 지급액이 이달부터 8.7% 올랐는데 이는 40여 년 만에 가장 큰 인상”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주택시장도 상대적으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3일로 끝나는 주의 모기지 신청 규모가 지난해 10월 말보다 18% 증가했다고 하는데요. 같은 기간 30년 만기 대출금리가 7.2%에서 6.2%로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봄에는 주택 부동산 시장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데요. 셀마 헵 코어로직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년 대비 주택가격 상승률 감소가 올해 봄까지 지속하겠지만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이 수요를 촉진해 많은 이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긍정적인 시즌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미 국채금리가 1월 고용보고서 이후 빠르게 오르고 있다. WSJ 화면캡처미 국채금리가 1월 고용보고서 이후 빠르게 오르고 있다. WSJ 화면캡처



고용시장은 둔화하더라도 그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요. 51만7000개의 일자리 증가를 보여준 1월 고용보고서는 추가금리 인상에 대한 걱정을 키웠지만 연착륙론자 입장에서는 미국 경제가 긴축의 시기를 더 버텨낼 수 있는 시간을 번 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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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니 워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해고가 많은 정보기술(IT) 분야가 경제 전체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며 대부분의 해고 근로자들이 새 일자리를 찾기 때문에 모든 해고가 실업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중요하다”며 “최근의 대규모 해고는 파도가 아닌 잔물결”이라고 평가했는데요. IHS마킷도 “생산량의 감소에도 글로벌 일자리 창출이 유지되고 있다”며 “경제 상황은 다시 악화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고용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과도한 고용(과잉긴축에 따른 침체) 혹은 고용의 급작스러운 붕괴에 따른 침체 우려가 1월 고용보고서 이후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는데요. 이날은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서 “여전히 침체 확률이 높다”는 보고서가 나왔죠.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세 가지 수익률 곡선과 13개의 금융·거시지표를 통해 침체를 예측하는데요. 엘리자 윙어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2·10년 국채금리와 3개월·10년, 3개월·18개월 국채선물 곡선이 최근 역전현상이 심해지면서 침체 가능성이 각각 66%, 76%, 77%로 상승했다. 13개 지표는 1년 내 침체 가능성이 여전히 100%”라며 “콘퍼런스보드의 조사를 보면 과거 침체 직전과 비슷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리하면, 미국 경제는 현재 견고하게 버티고 있는데요. 고용은 강하고 둔화하더라도 천천히 약해질 겁니다.

이는 침체 가능성 하락(연착륙 확률 증가)을 의미하며 침체가 오더라도 그 시기가 뒤로 미뤄질 것임을 뜻하지만 그렇다고 침체 확률이 아예 없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상당한 리스크가 남아있는데요. 침체가 현재 기준에서 딱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경기둔화와 인플레이션 감속 속도, 즉 데이터에 달려 있다는 점이 중요하겠습니다. 데이비드 켈리 JP모건 자산운용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미국은 2년 동안 침체의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美, 알래스카 상공서 두 번째 물체 격추”…“14일 밸런타인 데이의 CPI, 증시 방향의 1차 기로”


추가로 이날 미 국방부가 알래스카 영공에서 고도 4만 피트를 떠다닌 물체(object)를 격추했다고 밝혔습니다. 크기는 작은 차 정도로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격추된 중국 스파이 풍선보다 훨씬 작다고 하는데요. 아직은 이 물체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목적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번에도 잔해를 회수해 어떤 물체인지 알아볼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어쨌든 스파이 풍선 문제로 미국의 대중국 추가 제재는 힘이 붙고 있습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풍선 제작에 관여한 중국 기업 6개를 상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에밀리 벤슨 CSIS의 선임 펠로는 “바이든 행정부 외에도 새로 구성된 하원의 미중 전략경쟁 특별위원회가 더 강력한 조치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제 증시 상황을 보죠. 파와드 라자크자다 씨티 인덱스의 시장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1월 고용 보고서 이후 연준 관계자들이 금리를 더 올릴 수도 있다고 하면서 기분이 상했다”고 진단했는데요.

미 국방부 대변인이 10일(현지 시간) 알라스카 상공의 부유 물체를 격추한 데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미 국방부 대변인이 10일(현지 시간) 알라스카 상공의 부유 물체를 격추한 데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실적은 예년보다는 부진합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지금까지 S&P500 기업의 약 3분의2가 지난해 4분기 실적 보고를 마쳤는데요. 69%의 업체의 어닝이 월가 전망치를 넘어섰는데 이는 5년 평균치 77%보다 낮습니다. 기업 63%는 매출이 시장 예상치보다 많았는데 이 역시 5년 평균(69%)을 밑도는데요. 앞으로 실적을 내놓을 기업들까지 더하면 이익은 -4.9%로 2020년 3분기 이후 연환산 기준 첫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음 주의 상황은 결국 1월 CPI가 핵심인데요. 스콧 래드너 호라이즌 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다음 주는 정말로 한 가지에 관한 것이고 그것은 CPI”라며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는 징후가 있으면 연준은 성장세가 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허용할 수 있다”고 점쳤습니다.

BofA의 전략가 마이클 하트넷은 “다음 주의 CPI는 연준이 언제부터 통화정책을 완화할 것인지에 대한 힌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봤고, 뱅가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앤드류 패터슨은 “투자자들은 소매판매 데이터도 면밀히 들여다 볼 것이며 CPI와 소매판매는 다음 주의 분위기를 설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그는 인플레가 연말에 3%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봅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이날 “우리가 요동(turbulent) 치는 기간으로 향하는 것 같다”고 봤는데요. 1월 CPI와 소매 자료를 보면 조금이나마 가닥을 잡아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유튜브 방송] : 국내 최초 경제지 서울경제신문의 유튜브 채널 ‘서경 마켓 시그널’에서 매주 화~토 오전7시55분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방송됩니다. 생방송 이후에는 버퍼링 없이 보실 수 있도록 동시녹화 영상을 올리고 있습니다. 생방송에서는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질의응답(Q&A)이 이뤄지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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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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