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과반 의석을 가진 거대 야당이 헌정 사상 유례없는 의회 권력 남용을 계속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9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간호사 업무 범위 확대와 처우 개선 등을 골자로 한 간호사법 제정안 등 7개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거대 야당이 여야 합의 없이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것은 지난해 말 양곡관리법에 이어 두 번째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 등은 간호사법 직회부에 대해 “의료 현장에서 업무 범위 상충에 따른 반목과 갈등·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번에 본회의에 직회부된 법안 7건은 모두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짧게는 8개월, 길게는 2년 이상 계류돼 있었다. 여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법사위가 “해당 법안들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법안심사소위에 회부했는데 민주당이 국회법 조항을 내세워 직회부를 결정한 것이다. 국회법 제86조 3항은 법사위가 일반 상임위에서 회부된 법안에 대해 이유 없이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해당 상임위에서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법안을 곧바로 본회의에 올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해 관계자 간 대립으로 숙의(熟議)가 필요한 법안을 다수당이 일방적으로 직회부하는 것은 대화와 타협, 토론과 합의를 중시하는 의회주의 원칙을 흔드는 일이다. 또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물타기하려는 의도라는 의심도 받고 있다. 민주당은 이에 앞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까지 밀어붙였다. 헌정 사상 초유의 국무위원 탄핵소추다.
민주당은 집권 시절이었던 2020년 총선 압승 이후 입법 폭주를 지속해왔다. 법안 강행 처리 과정에서 법사위 강제 사보임과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등 온갖 꼼수를 총동원했다. 대선 패배 이후에도 반성은커녕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강행했다. 다수결 원칙과 소수 의견 존중이라는 두 기둥이 뒷받침하는 의회 민주주의는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는 절차적 정당성을 통해 완성된다. 민주당이 의석수만을 내세워 국정 발목 잡기를 하면서 인기 영합적인 포퓰리즘 입법을 밀어붙인다면 외려 내년 총선에서 혹독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