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3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튀르키예 지진은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인재(人災)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이번 지진이 발생한 튀르키예 남부 지역은 지난 200여 년간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이다 보니 건물에 내진 설계가 돼 있지 않았다. 이번 지진은 동(東) 아나톨리아 단층에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동안 북(北) 아나톨리아 단층에서 주로 지진이 발생해 동쪽에서는 지각의 힘이 배출되지 않고 누적된 상태가 계속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동 아나톨리아 단층에서도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를 해왔는데 오랜 기간 지진이 발생하지 않자 당국도 만일을 대비하지 않은 것이다. BBC는 “지난 200여 년간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아 최근에 지어진 현대식 건물을 제외하면 내진 설계가 된 건물이 극히 드물어 피해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건설업자들의 비리도 한몫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1999년 북서부 대지진으로 1만 7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건축법을 개정해 내진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건설업자들은 현장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저급 콘크리트나 철근을 사용했고 결국 지진에 건물은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이 과정에서 당국이 불법·부실 건축물을 대상으로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주기적으로 면제해줬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중앙정부도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1999년 대지진 이후 정부는 ‘지진세’를 걷어 지진 피해 예방에 힘쓰겠다고 공언하며 총 46억 달러(약 5조 9000억 원)를 징수했다. 하지만 BBC는 “이 세금의 용처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지 않고, 국민들도 ‘이 세금이 도대체 어디에 쓰였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단층의 경계 지역에 위치해 있지는 않지만 전문가들은 절대적인 안전지대로 볼 수 없다고 경고한다. 최근 우리나라가 속한 단층 내부의 힘이 축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주 포항에 수차례 지진이 발생하고 있고 충북에서도 지진이 감지되는 상황이다. 튀르키예 재난은 정부 당국의 방심과 비위, 민간의 비리가 합쳐진 결과다. 우리도 만에 하나를 위해 대비 태세를 재점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