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034730)가 국내 그룹 중 처음으로 계열사 수가 200개를 넘어섰다. 특히 지난 3년간 SK 계열사 수는 70개 이상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꾸준히 강조해 온 최태원 SK 회장의 의지가 친환경 사업을 중심으로 한 그룹의 ‘몸집 부풀리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 집단 계열회사 변동 현황’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SK 계열사 수는 201개로 3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1일보다 6개 증가했다. 특정 기업집단의 계열사 수가 200개를 넘어선 것은 1987년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 도입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2위 카카오(126개)와 비교해도 60%가량 많다.
SK 계열사 수는 2001년 4월 54개에서 22년 만에 3.7배로 147개 늘었다. 같은 기간 삼성의 계열사 수가 64개에서 63개로 1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2020년 125개였던 SK 계열사는 2021년 148개, 2022년 186개, 2023년(2월 1일 기준) 201개로 3년 간 76개나 증가했다.
업계에선 SK 계열사가 이처럼 급격히 증가한 배경의 중심에는 그룹의 ‘친환경 경영’ 기조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SK가 최근 분사하거나 인수합병(M&A)한 자회사 중 상당수는 친환경 사업을 주로 영위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에 따라오는 손자회사도 많아 결과적으로 해마다 수십 개의 계열사가 생겼다.
가령 지난해 신규 편입한 기업 중 태양광, 해상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발전사업을 영위하는 곳만 8곳에 달했다. 진도산월태양광발전, 에이피개발, 의성황학산풍력발전 등이 있다. 울산에너루트1?2호 등 연료전지 발전업체도 편입했다.
SK 주요 계열사 중 하나인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 기업으로 업종을 전환하기 시작한 2020년부터 관련 기업들을 적극 인수하고 나섰다. 환경시설관리(구 EMC홀딩스)를 시작으로 폐기물 처리 업체인 제이에이그린과 대원그린에너지, 새한한경 등을 인수했으며 도시환경, 이메디원, 그린환경기술 등도 사들였다. 이중 환경시설관리의 경우 충청환경에너지, 경기환경에너지, 경인환경에너지 등 12개 이상 업체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그룹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의 ESG 관련 M&A나 합작사 설립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이 ‘파이낸셜 스토리’ 등 키워드를 내세워 ESG 경영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당분간 친환경 기업을 중심으로 한 몸집 불리기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매출과 이익 등 기존 재무적 성과에 더해 ESG 등 비재무적 성과를 강화해 미래 기업 가치를 더 높이자는 경영 비전이다. 앞서 최 회장은 “ESG는 부인할 수 없는 경영 트렌드”라며 “ESG와 관련한 거대 시장이 열리는 만큼 이 시장을 눈여겨보고 내가 만드는 모델이나 받아야하는 투자가 ESG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