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모의면접도 척척…AI 특화서비스 쏟아진다

■ 스타트업, 챗GPT 틈새시장 공략

네이버 클로바·카카오 칼로 기반

광고카피 작성 등 버티컬사업 주력

구글 등도 AI모델 개발 뛰어들어

고도화된 다양한 서비스 기대감





앱플랫폼의 인공지능(AI) 기반 글쓰기 플랫폼 ‘라이팅젤’은 간단한 주제나 키워드를 입력하면 시(詩)나 웹소설의 초안을 자동으로 써준다. ‘글쟁이' 사이에선 꾸준히 입소문을 탔으나 일반 대중 대상으로는 별도의 마케팅을 하지 않은 탓에 하루 평균 가입자 수는 한 자리에 그쳤다. 그러다 지난해 말 네이버의 초거대 AI 언어모델 ‘하이버클로바’를 도입하고 올해 초 챗GPT 열풍까지 불면서 대대적인 변곡점을 맞았다. 류덕민 앱플랫폼 연구소장은 “최근에는 하루에 수십 명씩 가입하고 있다"며 “현 추세대로라면 연말 쯤에는 현재 대비 가입자가 100배 가까이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벤처투자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AI 스타트업들은 챗GPT 열풍을 타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기업은 방대한 데이터와 자금력을 활용해 챗GPT에 대적할 수 있는 초거대 AI 모델을 제작하는 데 집중한다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은 이들이 조성한 생태계에 올라타 특정 분야에 특화된 ‘버티컬 서비스'를 통해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모양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클로바 스튜디오'는 1000여 개 업체들이 신청해 현재 이 중 절반인 500여 개 회사들이 이용 중이다. 클로바 스튜디오는 네이버의 초거대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에 기반한 노코드(코딩 없이도 개발할 수 있는) AI 플랫폼이다. 음성 지시와 클릭 등 직관적인 명령만으로 손쉽게 서비스를 제작할 수 있어 자체 개발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다. 카카오도 한국어 특화 AI 모델인 ‘코지피티(KoGPT)'와 텍스트 형태의 제시어를 입력하면 그림을 그려주는 AI 아티스트 ‘칼로'의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외부에 제공하고 있다. 매일 이용 건수는 20~30여 건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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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바 스튜디오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스타트업이 앱플랫폼이다. 앱플랫폼은 출시 초기 오픈AI의 GPT만 활용하다가 지난해 말 클로바를 추가 도입했다. 류 소장은 “클로바는 한국어 데이터를 많이 학습한 만큼 한국적인 정서가 담긴 글을 잘 작성한다"며 “예컨대 블로그 상품 후기, 국내 대기업 입사 자기소개서 같은 글은 챗GPT보다는 클로바를 쓰는 게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앱플랫폼은 텍스트를 이미지로 변환해 주는 별도의 플랫폼인 ‘드로잉젤'에도 카카오의 칼로를 활용하고 있다.

라이팅젤이 주로 문학작품 창작에 이용된다면 뤼튼은 보도자료·광고 카피 작성 등 기업용 글쓰기에 특화된 플랫폼이다. 뤼튼 역시 클로바 스튜디오를 비롯해 챗GPT와 스테이블디퓨전 등 초거대 AI 모델을 활용한 서비스다. 출시 1개월 만에 가입자 3만 명을 넘겼고, 3개월 만에 15억 개에 달하는 단어를 생성했다. 17만 명이 이용하는 직장인 커리어 플랫폼 ‘잡브레인'도 클로바 기반 ‘AI 자소서 생성 서비스'를 지난해 말 시범 론칭했다. 김지현 임플로이랩스 대표는 “해당 기능 도입 후 자기소개서 완성률이 이전 대비 30% 이상 높아졌다"며 “오는 3~4월 중으로 정식 서비스를 론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면접 질문지 자동 생성·전화 모의면접 서비스 등도 이르면 연내 순차 출시할 예정이다.

이들 스타트업들은 데이터·자금력의 한계로 초거대 AI 모델 개발에는 직접 뛰어들고 않고 있다. 대신 초거대 AI가 필요한 특정 분야들을 발굴해 서비스화하는 데 집중한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 입장에서도 스타트업의 응용 서비스가 늘어나면 자사 AI 모델의 파급력이 높아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외에도 KT 등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이유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 대기업들이 초거대 AI를 속속 내놓으면서 스타트업들도 상당한 ‘낙수 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겉으로는 다 비슷해 보여도 각기 학습한 데이터가 달라 다양한 모델을 활용할수록 더 고도화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드로잉젤을 운영하는 앱플랫폼 관계자는 “오픈AI의 달리는 인물 묘사에, 스태빌리티 AI의 스테이블 디퓨전과 카카오 칼로는 풍경에 특화돼 있다"며 “이용자에게 가장 수준 높은 결과물을 자동으로 내주는 기능을 추후 추가할 목표"라고 전했다.


정다은 기자·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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