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4일(현지시간) 자국 영공에 침입한 중국의 ‘정찰 풍선’을 F-22 스텔스기 랩터(Raptor)로 격추한지 6~7일 만에 알래스카주와 캐나다 상공에 출현한 중국의 미확인 비행선을 또다시 F-22로 격추했다고 밝혔다. 비교적 값싼 구식 무기인 풍선을 격추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전투기’로 알려진 F-22가 투입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당국은 지난 4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해안 상공에 이어 10일 알래스카주, 11일 캐나다 유콘, 12일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있는 휴런 호 상공에서 ‘정찰 풍선’이라 불리는 중국의 비행 물체를 격추했다. 12일 격추에는 F-16 전투기가 동원됐고, 앞서 4일과 10~11일 수행된 작전에는 세계 최강의 F-22 전투기가 동원됐다. 하지만 4건 모두 미 공군은 F-22와 F-16에 장착된 AIM 9X 열추적 미사일을 발사했다.
랩터는 비행기 값만 1억5000만 달러(약 1915억 원)에 달하며 운영 유지비까지 포함하면 대당 3억3400만 달러(약 4264억 원)가 든다. 비행 시간당 드는 비용은 7만 달러(약 89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에 정찰 풍선을 격추하는 데 사용된 AIM-9X 사이드와인더 미사일은 한 발에 약 38만 달러(약 4억8500만 원)에 이른다.
이에 왜 굳이 가장 비싼 F-22를 잇따라 투입해 중국 풍선을 격추했는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진다. 중국이 보낸 풍선은 높이 약 60m, 폭 36m 크기로 17~20㎞ 고도의 성층권을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군 정보참모부장을 지낸 미국의 저명한 군사전문가인 데이비드 뎁툴라는 “엔진의 힘과 항공기 설계로 5만 피트(약 15㎞) 이상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능력 때문에 F-22가 이번 임무에 가장 적합했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미 공군 측은 F-22가 오랫동안 비용과 실용성 측면에서 비판받아 왔는데 이번 임무 성공으로 가치를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미 국방부는 670억 달러(약 85조2000억 원)를 들여 187대의 랩터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F-22는 실전 배치된 지 18년이 지났지만 지난 4일 중국 정찰풍선 격추가 첫 공대공 실전 기록이다.
한편 미 정부는 지난 4일 격추한 정찰풍선의 잔해 상당량을 수거했으나 지난 10~12일 격추한 미확인 비행체 3개 잔해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알래스카의 경우 비행체가 얼어붙은 바다에 떨어졌으며, 차가운 바람 등 기상 악조건에 따른 안전 문제가 수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지난 주말에 격추한 세 개의 물체는 지난주에 이야기한 것(중국 정찰풍선)과 매우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며 “최근 비행체들은 지상에 있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으며, 우리는 계속해서 비행체의 성격과 목적을 규명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