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2인자인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이 차기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세간의 시선은 비둘기파 색채를 가감 없이 드러냈던 브레이너드 부의장의 이동이 연준의 ‘인플레이션 전쟁’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에 집중되고 있다. 부부가 나란히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안보 요직을 맡게 됐다는 점도 흥미롭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의 남편은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이다.
백악관은 14일(현지 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경제팀 인사를 단행하며 브레이너드 부의장을 NEC 위원장으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NEC가 백악관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조직인 만큼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향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및 ‘반도체산업육성법’ 이행과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등의 정책 결정에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및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출신인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보좌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재무부 차관을 역임했다. 2014년 6월 연준 이사로 취임한 뒤 2021년 11월 부의장에 올랐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재무장관 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후임으로 검토했을 정도로 정권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미국의 최고 거시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백악관에) 엄청난 깊이의 국내·경제 전문 지식을 가져올 것”이라며 신뢰를 표시했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이 지난 8년간 연준에 ‘대표 비둘기파’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만큼 이번 인사가 연준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인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대형 은행에 대한 규제 완화에 반대하고 기후변화가 거시경제 및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는 등 진보적 행보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최근에는 지속적인 금리 인상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과도한 금리 인상이 노동시장에 불필요한 타격을 줄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의 이동으로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이 한층 매파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부부가 함께 행정부 요직을 맡게 됐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캠벨 NSC 조정관은 백악관의 대(對)아시아 정책을 총괄하고 있어 ‘아시아의 차르’로도 불린다. 캠벨 조정관은 오바마 행정부 당시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를 지내며 아시아 중시 정책, 이른바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 설계에 깊이 관여했다. AP통신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커플이 백악관에 등장하게 됐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