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책으로 돌아온 '존봉준'…향후 10년을 이야기하다

■존 리, 새로운 10년의 시작

존 리 지음, 김영사 펴냄






존 리(한국명 이정복)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지난해 6월 차명 투자 의혹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후 처음으로 책을 발간했다. 그는 신간 ‘존 리, 새로운 10년의 시작’에서 최고경영자(CEO)로 지냈던 지난 9년을 정리하면서 앞으로 10년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제언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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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눈에 띌 수밖에 없는 부분은 본인의 퇴진에 대한 소회다. 그는 차명 투자 의혹과 관련, 아직 금융당국의 판단이 남아 있는 사안이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자진 사퇴한 것은 아니다”고 강변한다. 그러면서 “오히려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잘못된 편견, 경직된 문화와 싸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9년 동안 몸과 마음을 바쳤던 나의 노력을 헛되이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

책은 존 리가 월가에서 코리아펀드를 운용하다가 국내에 돌아와 느꼈던 문제의식을 풀어내는데 상당한 비중을 둔다. 그에게 한국 사회에서 보이는 상명하복의 권위적인 문화, 서열 중시의 수직적인 문화, 항상 남과 비교하는 문화, 질문하지 않는 문화가 숨이 막혔다. 책은 이런 경직성과 편견을 줄이기 위해 근무시간의 자율화, 수평적 조직문화, 상여급 체계의 변화 등 회사의 체질 개선에 나선 과정을 풀어낸다. 그는 “당시 언론이 내게 ‘돈키호테’ ‘괴짜’ 같은 별명을 붙여줬다”며 “조금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그동안 한국 사회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오히려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라고 반문한다.

존 리는 새로운 10년을 위해 필요한 과제로 교육제도의 개선과 금융교육의 강화를 이야기한다. 특히 교육제도의 개선은 한국 사회의 경직성을 없애기 위한 출발점이다. 그에게는 시험 점수 같은 숫자로 줄 세우기하는 풍토부터 문제적이다. 장시간 공부로 혹사 당하는 학생, 과다한 사교육비 지출 등의 문제가 여기서 시작된다. 책에서 그는 “교육제도가 바뀌면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저출산과 노인 빈곤을 해결할 수 있다”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선 시험을 없애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한다. 여성의 적극적 금융업 진출을 권장하는 점도 흥미롭다. 여성이 담대하고 적극적인 설계를 거쳐 자산운용사 창업에 뛰어든다면 한국 자본시장이 더 발전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존 리는 “여성이 CEO인 자산운용사가 전체의 30%가 넘는 것을 보고 싶은 꿈이 있다”고 말한다. 1만4500원.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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