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중단거리 고객에 이익” 항변에도…쌓인 불만, 일방적 발표가 ‘트리거’로

■더 커지는 대한항공 마일리지 논란

20년만에 기준 세분화 개편 예고

보너스 좌석 확대편 등 검토 불구

"혈세 지원받고 국민 우롱해서야"

여론 악화 속 정부·여당도 '경고'

개편안 연기·추가 혜택 등 전망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9일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안에 대해 “눈물의 감사 프로모션을 하지는 못할망정 국민 불만을 사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재차 비판했다. 코로나19 당시 고용유지 지원금과 국책금융을 통해 지원을 받았는데도 혜택을 돌려주기는커녕 이익 극대화에 혈안이라는 비판이다. 이 같은 시각에 대한항공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개편안이 단거리 노선 고객에 더 큰 혜택이 있고 마일리지 공제율도 외항사보다 낮다는 주장이다. 2020년 초 개편안 발표 당시 소비자 1800여 명과 법무법인이 대한항공의 신의성실 위반을 문제 삼으며 공정위에 고발하기도 했는데, 이번에도 소비자와 시민단체 등 추가 반발에 따른 여론 악화도 예상된다.






◇"20년만에 개편"…3가지 이유로 하소연= 이번 마일리지 적립률 일부 하향 조정은 22년, 일반석 공제 마일리지의 부분적 인상은 20년 만에 이뤄진 조치다.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해도 20년 넘게 그대로다.

대한항공은 먼저 단거리 고객에게 더 유리한 구조라고 설명하고 있다. 보너스 항공권을 구매하는 고객 중 국내선 이용 비중이 50%에 가깝고 일본, 중국, 동남아 등 국제선 중·단거리까지 포함하면 76%에 달한다. 반면 일반석 장거리 항공권 구매가 가능한 7만 마일 보유 고객은 전체 회원의 4%에 그친다. 장거리 노선 공제율이 올라가고 단거리 노선 공제율이 내려가면 대다수의 회원이 혜택을 본다는 얘기다.



외항사와 비교해도 개편 후 마일리지 공제율이 낮다. 인천~LA 노선은 개편 후 왕복 항공권 구매에 8만 마일이 필요하다. 동일한 구간에서 델타항공의 인천~시애틀은 13~15만 마일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일등석과 프레스티석은 마일리지 적립률을 유지하거나 상향하는 점도 꼽았다. 일반석은 13개 예약 등급 중 7개의 마일리지 적립률을 낮췄지만 해외 주요 항공사가 적립률 100%에 해당하는 예약 클래스를 1~4개 유지하는 것과 비교해도 높다는 설명이다.



◇사실상 항공 독점…누적 불만에 정치권이 기름 부어= 합병심사를 받고 있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인천 출발 국제선의 경우 항공 독점구조를 갖고 있다. 가뜩이나 마일리지 이용 불편에 대한 불만이 쌓인 상황에서 이번 개편안의 일부 조항은 폭발의 기폭제가 됐다.

정부와 정치권도 거들면서 마일리지 개편안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식지 않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7일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민이 낸 혈세로 고용유지지원금 등을 받고 국책은행을 통한 긴급 자금을 지원받은 것을 잊고 소비자를 우롱하면 되겠나”고 지적했을 정도다. 국토부 관계자도 “국적항공사로서 국민의 은혜를 입은 항공사가 보상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안이 공정한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비자와 시민단체의 추가 고발 등 반발도 예상된다. 2020년 초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개편을 추진할 당시 일부 법무법인과 시민단체가 대한항공을 공정위에 고발하기도 했다.

◇마일리지 개편 결국 원점 재검토 가능성도= 대한항공의 의도와는 달리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마일리지 개편안이 원점에서 재검토 될 가능성도 있다. 대한항공은 보너스 좌석을 확대하고 보너스 좌석 비중이 높은 특별기를 운항하는 방안을 최근 국토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개편과 함께 기존 전체 좌석의 5% 이상인 보너스 좌석 비중을 2배 가량 늘리고 올해 성수기 한시적으로 뉴욕·로스앤젤레스·파리 노선에서 특별기 100편가량을 운항하겠다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개편안이 원점에서 재검토 되거나 축소되면 대한항공의 부채비율 감소에도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마일리지는 통상 부채로 분류된다. 장거리 중심인 대한항공의 장거리 마일리지 혜택이 줄면 자연스럽게 부채 비율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부채 수준을 추정할 수 있는 이연수익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조 6423억 원에서 지난해 3분기 2조 777억 원으로 26% 뛰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국제선이 사실상 멈추면서 잔여 마일리지 부채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부채비율이 낮아지면 자금 조달도 쉬워지는데 향후 아시아나항공과 기업결합에 따른 자금부담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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