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반 동안 위원회가 수많은 어려움과 노력 속에서 달성한 것들과 앞으로의 계획을 공유하려 한다…”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22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 중 “간담회에 앞서 챗GPT를 활용해 인사말을 만들어봤다”며 한 대목을 소개했다. 그는 “아주 좋은 답이 순식간에 나왔다”며 “이렇게까지 어마어마한 신기술이 나오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감탄했다.
챗GPT 열풍이 공공 영역으로도 번지고 있다. 그간 챗GPT 도입과 응용의 중심에 있던 것이 민간이었다면 최근 공공 영역에서도 업무 등에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다. 다만 관련 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공공부문과 AI 간 시너지를 위해서는 민간과 구분되는 영역 특성에 걸맞은 서비스가 나와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2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행안부 디지털 정부국·정부 혁신 기획관실 소속 공무원 100여 명은 현재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부서에 도입하기에 앞서 챗GPT 무료 버전을 업무에 시범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행안부는 상반기 내 시범 활용을 마치고 업무 활용법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작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전자통신연구원 등 정부 연구기관은 물론 네이버 같은 민간 기업들로부터도 생성형 AI의 공직사회 도입 방향에 관한 자문을 구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써보지 않고 다른 부서에 사용을 권할 수는 없기에 테스팅을 거치는 중”이라며 “당장 지금보다 향후 업그레이드될 기술까지 고려해 활용 가능성 등을 넓게 탐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부 외에도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타 부처도 챗GPT를 활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에 나서고 있다. 문체부는 AI를 문화 분야에 활용할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직원들의 AI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을 실시한다. 향후 아이디어 공모전도 향후 추진해 AI 시대에 상응하는 정부 역할을 찾고 한국어 기반 AI 모델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아이디어를 모은다.
과기정통부 역시 관련 기술을 학습하고 업무 혁신을 모색하기 위한 연구 모임 ‘스위프트’를 구성한다. 과기부 직원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이 모임은 첫 번째 과제로 챗GPT 등 AI 챗봇의 효과적인 활용법과 이를 적용할 업무 분야 등을 발굴해 수시로 성과 사례를 공유할 방침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이날 오전 디지털 교육 비전 선포식에서 기술 변화에 따른 교육의 역할 변화를 강조하며 교육 과정에 AI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 정부 부처 외에도 충남도교육청과 충북도 등 지방 정부·기관들도 속속 생성형 AI 기술을 업무에 반영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싱가포르, 인도, 아랍에미리트(UAE) 등 외국에서도 공직사회에 AI를 적용하며 공공분야 혁신을 꾀하는 모습이다. 싱가포르는 이달 초 공공 부문의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는 공공기관 ‘OGP’를 통해 싱가포르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MS워드에 챗GPT를 통합한다고 밝혔다. 인도 역시 챗GPT를 기반으로 한 ‘공용 교육 툴’을 개발하고 있다.
이렇듯 국내외를 막론하고 각국 정부가 생성형 AI를 활용한 업무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본질적 혁신을 이끌어 내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직 기술 수준이 초기 단계여서 창의적인 대안을 이끌어내기 보다는 요약·번역 등 업무를 보조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중앙 부처 직원은 “요약이나 번역에서 일부 도움을 얻고 있지만 챗GPT가 한글에 취약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서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준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현재 챗GPT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들이 모두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향후 정부 업무 규정이나 가이드라인 같은 것을 학습시켜서 업무에 활용할 수도 있고 나아가 각종 데이터를 활용해 정책 개발 등에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향후 기술 수준이 진화하면 공공 분야에서도 생성형 AI가 광범위하게 활용될텐데 보안이나 프라이버시 문제 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미리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