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근로자와 기업이 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한다. 하지만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3대 직역연금은 정부가 고용주다. 이 때문에 정부가 보험료 일부를 낼 뿐만 아니라 적자도 메워야 한다. 국민연금보다 보험료율도 높아 재정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구조다. ★본지 2월 13일자 1·5면 참고
그럼에도 정부는 가입자 반발에 개혁에 소극적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직역연금 개혁의 첫 단추로 군인연금을 손보기로 했지만 장성 출신 국회의원들이 연금을 받기 위해 ‘셀프 법개정’을 추진하는 등 직역별 이기주의가 만연하다.
1963년 도입된 군인연금은 1973년 재정이 고갈돼 세금으로 부족분을 메우고 있다. 올해도 국고 약 3조 원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무원연금도 1993년 적자가 발생해 2002년 기금이 고갈됐다. 사학연금 역시 공무원·군인연금의 전철을 밟아 2049년 적자 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재정 부담이 큰 3대 직역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직역연금을 방치한 채 국민연금만 ‘더 많이 내고 더 늦게 덜 받는’ 개혁을 추진한다면 국민적 반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연금 전문가는 “국민연금의 경우 설계 당시에 일본의 후생연금을 참고했는데 일본은 2015년 공무원연금과 후생연금을 통합하면서 보험료와 소득대체율을 손봤다”며 “우리도 이런 점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는 군인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14%에서 18%로 올리면서 지급률(연간 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을 1.9%에서 1.7%로 낮추는 방안을 논의했던 것이 서울경제 단독 보도로 알려지기도 했다.
문제는 직역연금 가입자의 거센 반발을 어떻게 설득하고 돌파해내느냐다. 당장 군인연금만 해도 20년간 복무하면 퇴직 즉시 연금을 받을 수 있어 반발이 거세다. 장성 출신 국회의원들이 의원 재임 중에도 군인연금을 받을 수 있는 법안 개정을 시도할 정도다. 퇴역 군인에게 지급하는 군인연금을 국회의원 임기 중에도 지급하는 내용의 군인연금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올라왔는데 나라 곳간을 자기 주머니에 넣는 법안에 여야 가리지 않고 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