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소아과 대란, 정부 책임" 尹 발언에…의료계 '기대반 우려반'

윤석열 대통령,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찾아

의료진과 정책간담회 갖고 현장 목소리 청취

"재정 투입" 약속에 수가개선 기대감 높아져

'상급종합병원 평가 항목' 반영 추진에 우려도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소아진료 등 필수의료 정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소아진료 등 필수의료 정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을 찾아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은 의사가 아닌 정부 정책의 잘못"이라며 "소아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건강보험 재정이 모자라면 정부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바꾸겠다"는 발언까지 나오자 현장에선 "진료 공백이 일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지홍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지난 필수의료 대책 발표 때 예산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장 의료진들의 목소리가 한결 반영된 것으로 여겨진다"며 "입원료와 입원전담 전문의 진료 시 소아 연령 가산 적용 등 진료수가 개선 요구가 일부 받아들여져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직접 재정적 지원을 약속한 만큼 보건복지부 정책에도 한결 힘이 실리지 않겠냐"며 "올해 상반기 전공의 지원율이 바닥을 친 만큼 연결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복지부 내에서 소아청소년과 문제를 전담할 부서가 마련되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일선 진료현장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의료시스템이 사실상 붕괴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지난해 12월 전공의 공백으로 소아청소년과 입원 병동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고 알리면서 충격을 안겼던 가천대 길병원은 전문의 2명을 채용하고 올해 1월 말부터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재개했다. 하지만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대목동병원, 인천성모병원 등 수도권 지역 대형 병원들조차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커녕 전문의를 충원하지 못해 응급실 야간진료를 중단한 상태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 96곳 중 75%가 '올해 진료를 축소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이처럼 절대적으로 소아청소년과 의사 수가 부족한 가운데 달빛어린이병원을 확충하고 '소아전문 상담센터'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등 촘촘한 방안이 제시된 데서 정부가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는 게 현장 의료진들의 평가다. 이날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정성관 우리아이들병원 이사장은 "오픈런 등 소아과 진료대란이 연일 보도되면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우려가 한껏 높아진 상황이었다"며 "이번 정책이 그러한 불안감을 누그러 뜨리는 한편 진료현장의 급한 불을 끄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들이 중증 및 응급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2차병원들도 진료 사각지대 해소에 더욱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을 방문, 환아와 보호자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통령실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을 방문, 환아와 보호자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통령실


반면 정부가 소아청소년과 인력난을 해소할 만한 근본 대책을 내놓지 못한 점은 아쉽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소아청소년과 의사 뿐 아니라 간호사 구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수가를 조금 얹어주는 등의 '당근'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형 병원들 사이에서는 상급종합병원 지정 및 평가 기준에 소아 응급 전담 전문의 배치 등의 항목을 포함시킨 데 대해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몇달째 병원 보직자 회의에서는 전문의가 없어 어렵다는 안건이 올라온다. 전문의를 채용하려 해도 지원자가 없는 게 현실"이라며 "사실상 소아 응급 진료를 안 하면 패널티를 준다는 거나 마찬가지라 현실을 도외시한 탁상행정으로 여겨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안경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