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KPGA 루키 이유석 “제 꿈은 세계 랭킹 1위입니다”





MZ세대를 대표할 만한 당찬 신인이 등장했다. 188㎝의 큰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 휘날리는 장발이 매력 포인트인 이유석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시즌 2부 투어인 스릭슨 투어에서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린 그는 2023시즌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지켜봐야 할 신인 중 한 명이다.



이유석은 지난해 5월 KPGA 2부인 스릭슨 투어의 7회 대회에서 프로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마지막 날 2라운드에서 4언더파 66타를 쳐 최종 합계 6언더파 134타로 경기를 일찍 마쳤는데 리더보드를 확인해 보니 자신의 이름이 위에서 두 번째에 올라있었다. 3개 홀을 남긴 선두 최영준과는 1타 차.

“바람이 진짜 많이 불었어요. 지키기만 해도 상위권에 올라가겠다고 생각한 날이었죠. 리더보드를 확인한 뒤 속으로 ‘제발 연장전만 가게 해 달라’고 빌었어요. 기회만 얻으면 열정 있게 싸울 각오가 돼 있었거든요. 그런데 영준이가 1타를 잃는 바람에 진짜 연장전에 가게 됐어요.”

‘연장전만 가게 해 달라’는 이유석의 바람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이유석은 5차 연장 끝에 최종 승자가 됐다. 프로 무대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날 이유석은 너무 좋아서 새벽 3시까지 잠을 자지 못했다고 한다.

한 번 흐름을 타니 우승은 연속으로 따라왔다. 이유석은 이어진 8회 대회에서 10언더파 134타로 다시 한 번 정상에 올랐다. 그가 오랫동안 꿈꿔온 KPGA 투어 무대에 보다 가까워진 순간이었다.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2022시즌 스릭슨 포인트 최종 3위(44809.98점)를 차지한 그는 결국 상위 10명에게 주어지는 2023시즌 정규 투어 진출권을 손에 쥐었다.

이유석은 “7회 대회부터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을 풀었다. 심리적으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훈련을 많이 한 것도 효과를 봤다”며 “이종철 멘탈코치님의 도움으로 경기 중에 리더보드를 보지 않거나 동반자를 신경 쓰지 않는 등 마인드컨트롤을 했는데 그 노력이 빛을 발한 것 같다”고 밝혔다.



◇생각보다 높았던 1부의 벽=2개 대회 연속 우승 후 사실상 KPGA 투어 진출권을 획득한 이유석은 이후 1부 투어에 적응하는 훈련에 집중했다. 스릭슨 투어 2회 연속 우승의 자신감을 얻고 초청 선수로 출전한 아시아드CC 부산 오픈에서 KPGA 투어의 벽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우승 후 바로 아시아드 대회에 나갔는데 코스 세팅이 너무 다르더라고요. 제가 퍼터에 자신이 있는데 그린 미스를 했을 때 파를 지키기도 어렵다고 느꼈어요. 그때부터 전략을 바꿔서 기술적인 부분을 습득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이유석의 노력은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7월 아너스K·솔라고CC 한장상 인비테이셔널에서 공동 14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어 자신의 후원사 대회인 우성종합건설 오픈에서도 4라운드 합계 7언더파 281타라는 좋은 성적으로 공동 24위에 이름을 올렸다.

2022년 보람찬 한 해를 보낸 이유석이 꼽는 자신의 하이라이트 장면은 무엇일까.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3개의 장면이 떠오른다”고 답했다.

“첫 번째 우승을 했던 순간은 무조건 들어가야 해요. 5차 연장 끝에 우승이라 더욱 짜릿했죠. 두 번째 우승도 너무 기뻤어요. 두 번의 우승 장면은 저에게도 큰 의미가 있어요. 마지막 하나는 조금 특별해요. 이벤트 경기인 위믹스 2022 KPGA 프로골프 구단 리그 더 파이널인데 제가 우리 팀 4명 중 두 번째 순서였어요. 그런데 욕심이 나더라고요. 야구에서도 가장 중요한 위치가 선발과 마무리잖아요. 그래서 제가 마무리를 한다고 했어요. 제가 마지막으로 나서 버디 2개를 낚아 4점을 올렸는데 그때의 저를 되돌아보면 정말 멋졌던 것 같아요. 도전하려는 각오, 그에 따른 성적 모두 좋았죠.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어요.”






◇골프 선수 이유석을 만든 아버지=이유석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골프 선수의 길을 걸었다. 야구 선수 출신인 아버지 이상민 씨의 권유로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야구와 축구를 동시에 배웠다. 아버지는 내심 아들이 골프를 하길 바랐다고 한다. 감독의 재량에 따라 뛰고 안 뛰는 게 정해질 수 있는 야구보다는 개인 스포츠인 골프가 실력만큼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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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대학 때까지 야구를 하셨어요. 4학년 때까지 하신 뒤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꿈을 접으셨죠. 이후 군대를 다녀오고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셨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워낙 운동에 관심이 있으시니 제가 어렸을 때 작은 스크린 골프 연습장을 차리셨어요. 제가 자연스럽게 골프채를 들게 된 계기였죠.”

사실 이유석은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평범한 선수였다. 스스로도 “그저 그런 선수였다”고 인정했다. 평균 290야드의 드라이버 샷을 날리지만 정확도가 부족한 게 문제였다. 생각처럼 안 풀리는 골프에 속앓이를 하던 이유석을 잡아준 이도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힘들어하는 저에게 ‘박찬호 같은 선수’라고 하셨어요. 박찬호 선수가 어렸을 때는 공은 빨랐지만 제구는 안 좋았다고 해요. 잠재력만 보고 미국 무대에 도전해서 성공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비거리가 좋은 장타자예요. 정확도가 문제였죠. 아버지는 그런 저에게 ‘잠재력 있는 선수니 할 수 있다’고 항상 응원해주셨어요.”

아버지 이상민씨는 올 시즌 이유석의 골프백을 직접 멜 예정이다. ‘일주일 내내 붙어있어야 하는 아버지가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에 이유석은 “아버지는 제게 친구 같은 존재”라며 “종목은 다르지만 선수 생활을 하셨던 아버지가 큰 힘이 된다. 결과가 아닌 노력과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아버지가 제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KPGA 투어로 첫발…목표는 세계 1위=이유석은 1월 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로 넘어가 프로 첫 시즌을 대비한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간다. 2021년 10월부터 캐나다 출신 앨런 윌슨에게 코칭을 받고 있는 이유석은 “코치님은 일찍 미국으로 넘어가셨다”며 “미국 전지훈련을 통해 새 시즌 준비를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유석의 새 시즌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우선 살아남아야 한다. 신인이다 보니 시드 걱정을 해야 한다”며 “주위에서는 밑을 보지 말라고 말씀해주신다. 아직 시즌 전이기 때문에 위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KPGA 투어의 수준도 많이 높아졌고 실력 있는 선배 프로님들도 많이 계시지만 톱 10이라는 높은 목표를 설정해 도전해 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KPGA 투어에 안착한 뒤 이유석의 다음 꿈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진출이다. 물론 KPGA 투어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확인한 후 준비가 됐을 때 도전하겠다는 계획이다.

“골프 선수가 되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목표는 세계 1위였어요. 나중에 PGA 투어에서 경쟁하는 게 제 목표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KPGA 대회에서 먼저 경쟁력을 보여줘야 해요. KPGA 투어에서 뛰면서 경험을 쌓고 실력을 업그레이드해서 제 꿈에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유석의 또 다른 꿈 ‘롯데 자이언츠’=“골프와 야구 중 더 좋아하는 게 뭐냐고요? 당연히 야구죠.” MZ세대의 답은 역시 달랐다. 골프 선수가 ‘골프보다 야구가 더 재밌다’는 말을 이렇게 쉽게 할 수 있다니. 물론 “골프는 제 직업이고 야구를 보는 건 제 유일한 낙”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유석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팬이다. 독특한 장발 헤어스타일도 롯데의 투수이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로 선발돼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단 김원중을 따라 했다고 한다.

“저는 뼛속부터 롯데 팬이에요. 김원중 선수와 신윤후 선수를 좋아하는데 김원중 선수의 헤어스타일을 따라 한 게 맞아요. 김원중 선수가 트레이드마크인 긴 머리를 소아암 환우들을 돕는 봉사단체에 기부한다고 들었어요. 정말 멋지지 않나요? 저도 그런 따뜻한 마음을 닮고 싶어요. 마운드 위에서 긴 머리를 휘날릴 때 느껴지는 기백도 닮고 싶고요.”

이유석도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위믹스 챔피언십 우승자 유효주가 SSG랜더스의 홈구장에서 시구를 했던 것처럼 언젠가 롯데의 홈구장인 부산 사직구장에서 시구를 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이유석은 “유효주 선수가 시구를 했다고 한 인터뷰(서울경제 골프먼슬리 2022년 12월호)를 봤다”며 “저도 유효주 선수처럼 좋아하는 팀의 시구를 꼭 하고 싶다. 그러려면 KPGA 투어에서 우승을 꼭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우승을 해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 지금까지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반드시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며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골프에 대한 기본기와 마인드를 잡아주신 라영철 프로님, 프로 입문 후 심리적인 부분에 대응력을 높여 골프에 본질을 깨우쳐 주신 이종철 멘탈코치님, 수년째 자식처럼 보살펴 주시고 후원해주신 우성종합건설 정한식 회장님과 이영미 단장님, 캘러웨이골프의 이상현 대표님, 어메이징크리의 유용문·배슬기 대표님 등께 제가 받은 것들을 꼭 돌려드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재원 기자 사진=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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