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4일 국회 본회를 앞두고 정면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당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법무부의 국회 본회의 보고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 야당이 정부 여당이 반대하는 양곡관리법의 일방적인 처리를 강행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양곡법에 대해서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민주당은 협상이 결렬될 경우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강행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본회의를 하루 앞둔 23일 기자 간담회 형식으로 회견을 열고 정부와 검찰에 맞서기 위한 사전 여론전을 펼쳤다. 특히 이번 구속영장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약 45분 동안 검찰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위례 특혜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 “사건은 바뀐 것이 없는데 대통령과 검사가 바뀌니 판단이 바뀌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이어 “법치의 탈을 쓴 사법 사냥이 일상이 돼가는 폭력의 시대”라며 “(검찰이) 번복된 진술을 만들어내고 그에 기초해 검은색을 흰색으로, 흰색을 검은색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체포동의안 부결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한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간담회에서 향후 검찰의 ‘쪼개기 영장 청구’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국경을 넘어 오랑캐가 불법적 침략을 계속하면 열심히 싸워서 격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장실질심사에 응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도 “강도와 깡패들이 날뛰는 무법천지가 되면 담장이 있어야 하고 대문도 닫아야 한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앞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국가 권력을 가지고 장난하면 그게 깡패”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의 체포동의안 부결 흐름에 ‘방탄 국회’라고 비판하며 맞섰다.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방탄 국회에 은신하고 있는 범죄 혐의자가 국회에서 거대 야당 대표의 권한을 자기 방탄에 남용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억지 해명과 막말을 쏟아내며 면책특권까지 마음껏 남용했다”고 질타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 대표를 향해 “폭언에 가까운 말씀을 썼는데 사람이든 짐승이든 두려움에 떨면 말이 강해지고 목소리를 높이기 마련”이라며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영장실질심사에 응하라”고 했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한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여야 대치 정국의 또 다른 뇌관이다.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수확기 쌀값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하면 정부의 쌀 매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유력한 상황이다. 이에 김 의장은 쌀 초과 생산량을 3~5%, 가격 하락 폭을 5~8%로 범위를 조정하고 쌀 재배 면적이 늘어날 경우 매입하지 않을 수 있는 예외 조항을 담은 수정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이를 바탕으로 한 수정안을 다시 발의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양곡관리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는 27일 본회의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중재안을 국민의힘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강행 처리를 벼르고 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때문에 본회의 날짜(27일)가 하루 늘어났으니 그 점을 감안해 정부 여당의 적극적 검토를 희망한다”면서도 “2월 국회 내 반드시 처리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의회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한 채 날치기 통과시켰던 법”이라며 “또다시 일방적으로 시한을 정하고 법안의 본회의 상정과 강행 통과를 위한 알리바이를 만드는 것이라면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