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방문한 대전 한국핵융합연구원(핵융합연). 연구자들은 메타버스(디지털 가상세계)를 활용한 가상실험에 한창 몰두하고 있었다. 65인치 남짓의 모니터 2대, 최대 3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공간이지만 이곳은 핵융합 발전의 상용화를 앞당기는데 핵심 역할을 한다. 권재민 핵융합연 통합시뮬레이션연구부장은 “슈퍼컴퓨터 기반의 ‘버추얼 케이스타(V-KSTAR)’를 통해 실제 KSTAR와의 오차가 수%에 불과한 정확한 가상실험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V-KSTAR는 KSTAR의 성능 향상과 실증로(실험용 발전소) 구축 준비를 위해 연초 도입된 시스템이다. KSTAR는 ‘인공태양’이라 불리는 핵융합 발전소를 상용화하기 위한 첫 단계 실험장치로, 연료에 해당하는 원자핵을 1억 도 이상의 플라스마(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물질) 상태로 유지시켜 핵융합 반응을 이끌어낸다. 핵융합 발전을 위해서는 초고온·고밀도 플라스마 상태를 장시간(5분 이상) 유지해야 하는데, 핵융합연은 2021년에 세운 세계 최장기록(30초)을 뛰어넘는 50초 유지시간을 연내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올해 7월 1억 도의 열을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용기 ‘텅스텐 디버터’를 도입하고 고온에 필요한 가열장치 출력을 2배로 높이는 등 설비 업그레이드에도 나선다. V-KSTAR는 이런 새로운 설비를 먼저 장착하고 가상실험을 시작한다.
핵융합연이 KSTAR 업그레이드에 나선 이유는 정부가 핵융합 발전 상용화를 향한 두 번째 단계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18차 국가핵융합위원회’를 열고 ‘핵융합 실현을 위한 전력생산 실증로 기본개념’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KSTAR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가 검증할 기술과 데이터를 토대로 2030년대에는 실제 전기를 생산할 실증로를 갖춰야 하는데, 이에 앞서 우리가 지을 실증로의 구체적 사양을 담은 ‘기본개념’이 확정된 것이다. 실증로는 7m 이내의 토카막 반경, 원자력발전소의 절반인 500MW의 발전용량으로 2035년 이후 지어질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앞으로 조(兆) 단위로 예상되는 사업 예산 규모도 정해진다.
이정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인공태양 기술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야 하는 도적적인 분야”라며 “ITER 이후 실증단계에서 기술 개발을 주도할 수 있도록 사전에 체계적인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