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민간 경제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새로운 수장이 된 김병준 회장 대행이 전경련을 둘러싼 정경 유착의 고리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재계 일각에서 나오는 전경련과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통합설에 대해서는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23일 김 회장 대행은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된 제62회 전경련 정기 총회에서 미래발전위원장 겸 회장 대행으로 추대된 뒤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정경 유착의 고리를 끊어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자신이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일했던 정치 경력이 정부와 전경련 간 유착을 불러올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김 회장 대행은 “전경련에서 대통령과 저의 관계 때문에 회장 대행을 제안한 것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자유 시장경제에 관한 나름의 소신과 철학을 보고 부탁했다”며 “자유 시장 기조를 단단히 하고 기존에 있던 정경 유착 현상을 근절하거나 새로운 방향으로 관계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 대행은 최근 재계에서 언급되는 전경련과 경총 간 통합설에 대해 일축했다. 김 회장 대행은 “경총은 노사 관계 정립 등 아주 독특한 기능을 가지고 있고 전경련은 더욱 넓은 범위 기능을 가지고 있다”며 “지금은 고유한 설립 배경과 취지에 따라 각자 역할을 하는 것이 옳다”고 언급했다.
김 회장 대행은 2011년부터 전경련을 이끌다 12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허창수 회장의 뒤를 이어 전경련을 진두지휘한다. 그는 이날부터 6개월 간 회장 대행직을 수행하며 전경련이 정기총회에서 발표한 ‘뉴웨이’ 구상을 이행할 계획이다. 2017년 국정 농단 사태 이후 바닥까지 떨어진 전경련에 대한 민심과 재계의 신뢰도를 끌어 올리는 중책을 맡았다.
구체적으로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을 글로벌 싱크탱크로 육성할 계획이다. 단순 보고서 발간 위주 연구 기관이 아닌 지식네트워크 허브로 재편하고 경제 교육, 인재 양성에 힘쓰겠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경제연구원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건립해나갈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여의도에 경제인 명예의 전당 조성 사업을 검토한다. 전경련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대표 단체라는 정체성을 나타내기 위한 전시관을 마련할 계획이다. 주요 대기업 회장들이 참여하는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도 설립할 방침이다. 글로벌 이슈 발생 시 경제계가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한다는 것이 골자다.
김 회장은 회장 대행 수락 인사에서 “전경련은 지금 너무나 많은 과제가 앞에 놓여 있다”며 “전경련 창업자들의 마음을 되새기며 환골탈태를 이끌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