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현대차, IRA 수혜 없이 선방…"GV70 전기차 성패 분기점될 것"

美 1월 전기차 판매량 10.5만대

작년 동월보다 120%나 급성장

보조금 등에 업은 테슬라가 절반

현대차그룹 실적 108% 늘었지만

수익성 악화 우려로 할인 어려워

인센티브 강화 전략 밀어붙일 듯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사진제공=제네시스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사진제공=제네시스




올해 1월 미국 전기차 시장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효과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다. 테슬라를 필두로 가격 인하 경쟁도 펼쳐져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를 선택하는 소비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북미에 전기차 전용 공장이 없어 보조금 혜택에서 소외된 현대차(005380)그룹도 전기차 판매가 두 배 이상 증가하는 등 선방했다. 특히 IRA 보조금 대상이 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의 출시가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가질지 주목되고 있다.



24일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EV볼륨스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에서 팔린 전기차는 총 10만 5170대로 전년 동월 대비 119%나 급증했다.




이런 성장세는 다른 주요 시장과 대비된다. 중국과 유럽의 전기차 판매량은 같은 기간 각각 7%, 2% 감소했다.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세액공제 방식으로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미국 IRA 효과가 연초부터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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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가 IRA의 혜택을 톡톡히 봤다. 이 회사의 지난달 판매량은 5만 7000대로 전년 동월 대비 146%나 뛰었다. 특히 최고 인기 차종인 모델Y의 경우 3월까지 팔 예정이던 물량까지 최근에 다 팔렸다. 테슬라의 인기는 보조금에 더해 가격 인하 효과가 겹친 결과다. 올 초 테슬라는 모델Y 가격을 최대 20% 인하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선보이며 전기차 치킨게임의 포문을 열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가격을 보조금 수령 가능한 범위로 맞추고 경쟁 업체들을 따돌리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포드·루시드 등도 가격 인하 경쟁에 뛰어들었다. 포드는 전기차 머스탱 마하-E 가격을 모델에 따라 1.2~8.8% 인하했으며 루시드는 7500달러만큼 내리기로 했다.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적용한 포드 머스탱 마하-E 프리미엄 RWD 모델은 4만 3495달러다.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현대차 아이오닉5 롱레인지 RWD와 기아(000270) EV6 롱레인지 RWD는 각각 4만 5500달러, 4만 8700달러에 팔리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가격 인하 경쟁에 동참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목소리가 제기되지만 수익성 문제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에서 전기차 실적도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다. 현대차·기아의 지난달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총 4387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가 아직은 내연기관차에 비해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 수준"이라며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도 가격을 내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가격 인하도 쉽지 않을 것”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가격 인하보다는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생산지와 관계없이 보조금을 적용 받는 리스차 비중을 5%에서 3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미국 시장에서 13만 1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중형 SUV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생산을 최근 시작하면서 그나마 한숨 돌리게 됐다. 이 차량은 IRA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에서 생산하는 첫 모델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유럽의 전기차 수요가 점차 둔화하면서 미국 시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면서 “현대차로서는 제네시스 GV70의 성패가 정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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