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이 1조 2000억 원 규모 국산 경공격기 FA-50 18대를 말레이시아에 수출한다. 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에 이은 네 번째 경공격기 수출로 동남아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특히 수년에 걸쳐 무기를 수입하는 동남아 시장 특성상 추가 수출과 사후 정비 등 장기적인 일감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24일 KAI는 말레이시아 국방부와 FA-50 18대를 1조 2000억 원(9억 2000만 달러) 규모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가 도입하는 FA-50은 현지 당국이 요구한 공중 급유 기능, 무장 확장 등 성능을 개량한 경공격기다. 초도 납품은 2026년 진행된다. 이번 입찰에는 FA-50을 포함해 인도 테자스, 파키스탄 JF-17, 러시아 MIG-35, 튀르키예 휴르제트 등 6개 기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인도 테자스와 FA-50이 막판 경합을 벌였는데 가격과 성능에서 모두 우위를 차지해 최종 수출을 하게 됐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재정 등 상황으로 장기간에 걸쳐 추가 계약을 하고 수량을 늘린다. 실제 말레이시아 2차 도입 사업도 FA-50과 동일 기종으로 18대 추가 도입을 계획하고 있어 물량은 최대 36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수출은 말레이시아 주변국인 인도네시아·필리핀 등이 운용 중인 국산 항공기에 대한 높은 만족도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동남아 시장에 수출된 국산 항공기는 총 68대로 말레이시아 2차 사업까지 수출하면 전 세계의 국산 항공기 수출 대수는 240대다. 이번 계약은 동남아 단일 계약으로는 최대 규모다.
동남아 4개국 수출에 성공함에 따라 국산 항공기 중심의 아시아태평양 안보 벨트가 구축됐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협력 체계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폴란드 수출에 연이은 쾌거로 추가 해외 시장 진출도 기대된다. 현재 KAI는 최근 초음속 비행에 성공한 KF-21 보라매 전투기와 수리온 기동헬기 등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KAI 관계자는 “유럽·동남아뿐 아니라 오대양 육대주에 수출을 추진 중”이라며 “동남아와 가까운 오세아니아 지역 등 실제 많은 곳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번 수출은 정부가 방산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기조 아래 민·관·군이 ‘원팀’을 구성해 부처가 수출 확대에 힘을 보탠 것도 원동력이 됐다.
말레이시아 국방부에서 열린 서명식에는 강구영 KAI 사장을 비롯해 정상화 공군참모총장과 여승배 주 말레이시아 대사, 강환석 방위사업청 차장 등 정부 관계자와 다툭 뮤에즈 말레이시아 국방사무차관 외 주요 인사가 참여했다.
강 사장은 “이번 수출은 양국 정부 간 협력 강화에 따른 결실”이라며 “KAI는 FA-50의 성공적인 납품과 운용 지원은 물론 방산 협력을 통한 장기적 파트너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