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남부터미널産 바질, 컬리에 납품…상추도 年 17모작 가능"

■'인도어팜' 혁신 이끈 최재빈 넥스트온 대표

실내서 LED반도체로 식물 광합성

ICT 활용해 온습도 조절·물 공급

농업용 땅 부족한 중동 등서 러브콜

옥천터널産 딸기엔 외신도 큰 관심

수출회의서 尹 "정부 합심해 지원"

韓테스트베드 거쳐 해외 적극 진출

넥스트온 직원들이 충북 옥천 사업장에서 생산되는 딸기를 살펴보고 있다. 옥천 사업장은 2001년 폐쇄된 옥천터널을 인도어팜 플랜트로 개조해 2019년 준공했다. 당시 세계 최대 규모로 뉴욕타임스·CNN 등에 보도되는 등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사진 제공=넥스트온넥스트온 직원들이 충북 옥천 사업장에서 생산되는 딸기를 살펴보고 있다. 옥천 사업장은 2001년 폐쇄된 옥천터널을 인도어팜 플랜트로 개조해 2019년 준공했다. 당시 세계 최대 규모로 뉴욕타임스·CNN 등에 보도되는 등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사진 제공=넥스트온




# 이달 23일 오전 서울 청와대 영빈관.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정부 핵심 관계자들과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한자리에 모여 비공개로 ‘제4차 수출전략회의’를 열었다. 각 부처 장관들과 CEO들이 차례로 나서 수출 확대 전략과 사업 계획 발표를 이어나가던 중 눈길을 끄는 인물이 프레젠테이션(PT)에 나섰다. 주인공은 최재빈 넥스트온 대표. 삼성물산·LG에너지솔루션 등 대기업 CEO들 사이에서 중소기업 대표만으로도 이색적이었지만 그는 이날 개별 기업인 PT에 할당된 2분 30초를 훌쩍 넘겨 무려 7분여 동안 PT를 이어갔다. 예정된 시간을 한참 넘겼지만 오히려 윤 대통령은 “중기부와 농식품부가 합심해 수출을 지원하라”며 넥스트온의 뛰어난 기술력과 아이디어에 찬사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재빈 넥스트온 대표이사. 오승현 기자최재빈 넥스트온 대표이사. 오승현 기자


“인도어팜(실내 식물 재배) 플랜트 산업은 농업의 관점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LED반도체, 정보통신기술(ICT), 데이터 분석 기술이 융합돼야 한다는 내용을 말씀 드렸습니다. 상품화가 가능한 수준의 농작물을 실내에서 재배하려면 수많은 분야의 엔지니어링 기술이 결합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융합 인재 양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발표했죠. 주어진 시간을 훌쩍 넘겨 걱정을 많이 했지만 PT가 끝난 후 오히려 정부 관계자들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응원을 해줘서 힘이 났습니다.”

최 대표는 26일 서울경제와 만나 23일 열렸던 ‘제4차 수출전략회의’의 현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넥스트온 인도어팜 모습. 사진 제공=넥스트온넥스트온 인도어팜 모습. 사진 제공=넥스트온


넥스트온은 2017년 설립돼 현재 직원 70명인 중소기업이지만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한다. 농작물 광합성을 극대화시키는 LED반도체 기술을 자체 개발했고 온·습도를 각 작물에 알맞게 조절하고 물을 자동으로 공급하는 ICT도 개발했다. 현재 LED반도체·ICD·농화학 등과 관련해 보유한 특허만 50개가 넘는다. 최 대표는 “인도어팜은 태양광이 없는 실내에서 LED반도체를 활용해 식물 광합성을 이끌어내고 온·습도 공조 시설, ICT, 수처리 시설 등 융·복합 기술·시설을 활용한다”며 “기후와 병충해에 민감한 작물을 대량 생산하려면 최고 수준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넥스트온 인도어팜 모습. 사진 제공=넥스트온넥스트온 인도어팜 모습. 사진 제공=넥스트온



인도어팜은 365일·24시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 노지에서 연간 4모작을 할 수 있는 상추를 최대 17모작까지 할 수 있다. 재배 시설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면 면적당 생산량 극대화도 가능하다. 넥스트온이 국내에 운영 중인 서울 남부터미널과 충북 옥천 사업장의 재배 시설은 각각 6단·12단으로 구성돼 있다. 이론적으로는 높이 제한이 없다면 무제한 생산이 가능한 셈이다. 이외에도 강원 태백에 새로운 인도어팜을 건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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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온은 남부터미널과 옥천 사업장에서 재배한 바질·크리스피아노 등을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SPC그룹 등 식품 대기업, 마켓컬리 등 신선 식품 기업에 납품했다. 특히 남부터미널은 도심인 만큼 이곳에서 생산된 농작물을 인근 수제버거 가게 등 서울 내 식당에도 공급했다. 최 대표는 “남부터미널 사업장의 경우 지하 2층에서 생산한 농작물을 지하 1·3층에서 바로 소비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리모델링할 예정”이라며 “서울에서 생산한 농작물을 서울에서 소비하기 때문에 탄소 배출이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터널형 인도어팜인 옥천 사업장은 세계 최초로 딸기 생산에 성공해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에 보도될 정도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최 대표는 “플랜트 규모가 커질수록 온·습도 등 생장 조건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것이 어렵고 초기 투입 비용이 커 상품화를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며 “채소류는 비교적 쉽게 생산할 수 있지만 한국산 딸기처럼 기후와 병충해에 민감한 작물을 대량으로 지속 생산하려면 고도의 기술력이 접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재빈 넥스트온 대표이사. 오승현 기자최재빈 넥스트온 대표이사. 오승현 기자


사실 최 대표의 시선은 국내가 아닌 글로벌로 향해 있다. 넥스트온은 산업부 등 정부 지원을 통해 올해 1월 이뤄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정상 방문 일정에 경제사절단으로 참가했다. 2020년에는 중기부에 의해 ‘차기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스타트업)’으로 선정돼 정책·금융 지원을 받았다.

정부 지원을 토대로 꾸준히 해외 시장을 두드린 결과 중동 6개국에 4억 달러 규모의 수출을 눈앞에 두는 성과도 얻게 됐다. 최 대표는 “국내 시장은 생산 난도가 높은 품종을 대형 실내 플랜트에서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능력을 검증하는 테스트베드일 뿐”이라며 “진짜 목표는 해외에 대형 플랜트를 대량으로 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농작물을 재배하기 열악한 기후를 가진 중동 국가들은 물론 캐나다·싱가포르·홍콩·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에서 협상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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