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김영록 전남지사 사라지고 무소속 시장 떴다…‘이 현안’ 때문에 [서경 X파일]

金지사 공들인 경전선 전철화 순천 민심에 화들짝

정치적 판단 미스…‘경전선 우회’ 약속한 원 장관

정권 바뀐 탓 하기엔 노관규 시장 정치력 돋보여

지난 16일 경전선 전남 순천 도심 통과 현장을 방문한 원희룡 장관이 순천시민 앞에서 도심 통과에 대해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사진 제공=순천시지난 16일 경전선 전남 순천 도심 통과 현장을 방문한 원희룡 장관이 순천시민 앞에서 도심 통과에 대해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사진 제공=순천시




지난 1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남 순천시를 방문해 경전선 현안 해결을 약속했다. 원 장관은 노선이 도심을 관통한다는 이유로 순천시에서 반발과 논란을 낳고 있는 경전선 예정 부지를 찾아 “도심을 우회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찾겠다”고 공약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 장관이 직접 순천시를 찾아 직접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만큼 우회 노선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커졌고, 경전선 광주~순천 구간 전절화 사업 추진도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연히 이 자리에 있어야 할 김영록 전남도지사의 얼굴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날 국회 일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는 명분이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어딘가 모르게 뒷맛이 개운치 않아 보인다.

당초 경전선 전철화 사업은 민선 7기부터 김영록 전남도지사의 핵심 현안 사업으로 공을 들여왔지만, 노관규 순천시장의 정치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경전선 전철화 필요성 홍보를 위해 민선 7기 시절인 지난 2019년4월27일 목포와부산(388㎞) 간 무궁화호 열차에 탑승해 보는 ‘느림보 열차 한나절 체험’을 실시했다. 사진 제공=전남도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경전선 전철화 필요성 홍보를 위해 민선 7기 시절인 지난 2019년4월27일 목포와부산(388㎞) 간 무궁화호 열차에 탑승해 보는 ‘느림보 열차 한나절 체험’을 실시했다. 사진 제공=전남도


◇한때는 치적 사업이었는데

목포와 부산을 오가는 무궁화호 열차는 하루에 단 한 번 운행된다. 광주 송정역, 전남 화순역·보성역·순천역·광양역 등 42개 역에 정차하면서 388㎞의 거리를 장장 6시간 33분 달린다.

그동안 경제성 논리에 막혀 사업이 수십년째 진척을 보이지 못했지만, 민선 7기부터 이어진 김영록 전남도지사의 강력 드라이브로 예비 타당성 조사 통과 등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오는 2028년 개통을 목표로 진행되는 광주 송정역과 순천역 구간 단선 전철화사업이 순천 도심 구간의 노선을 그대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면서 순천시와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순천시는 지난 2019년 의견 청취 없이 예비 타당성 조사가 이뤄져 기존 노선을 그대로 활용하는 계획이 수립됐고, 이로 인해 하루 6회 운행하던 열차가 하루 40회 이상의 고속 열차가 도심을 통과함으로서 도시 발전에 장애 요인을 작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전남도-순천시 공식 마찰 왜

이처럼 순천시의 강력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경전선을 놓고 민선 8기가 시작되자마자 이상한 기류가 형성됐다. 전남도와 순천시의 마찰이 공식적으로 불거졌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전남도의 행보에 노골적인 불편함을 피력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지난해 7월 본인의 SNS를 통해 전남도지사 면담과정에서 경전선 문제와 관련해 전 기재부 출신 박창환 전남도 정무부지사와의 언쟁이 있었다는 상황을 공개하고 지역 정치권과 시민들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전남도 입장에서는 기본계획안대로라면 사업비는 1조7000여억 원인데, 순천시 요구대로 도심을 우회하면 2조2000여억 원으로 5000억 원(29%) 가량 증가하면서 자칫 경전선 전철화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을 우려감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순천 도심 관통하는 경전선. 사진 제공=순천시순천 도심 관통하는 경전선. 사진 제공=순천시



◇행정·정치적 판단 미스

관련기사



이후 전남도에서도 순천시의 입장에 힘을 싣고 공동 대응을 추진했지만 다소 늦은감이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30년에 건설된 경전선이 개통 100년 만에 수조 원 단위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전철화 사업인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들여다봤어야 하는데 행정적·정치적 판단이 모두 ‘미스’였다는 지역사회의 시선이다.

이러한 여론이 인식된 듯 경전선 전철화에 대한 김영록 전남도지사의 메시지는 다소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최대 치적 사업으로 대대적 홍보를 진행한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머쓱’할 정도로, 무소속인 노관규 순천시장의 입지만 탄탄하게 올려 준 상황을 만들어 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시 보게 됐다” 노 시장의 승부수

노관규 순천시장의 뚝심과 정치력에 전남도민들의 여론은 “다시 보게 됐다”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지난해부터 도심 관통 경전선에 대한 문제를 풀기 위해 대통령실, 국토교통부,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직접 만나 건의했다.

일각에서는 검사 출신 노관규 시장은 ‘원희룡·나경원·금태섭 전 의원’ 등과 사법시험 34회(사법연수원 24기) 동기라는 각별한 인연에 주목 하고 있지만, 경전선 도심 우회는 무소속 노관규 순천시장이 취임 직후 던진 ‘승부수’로 볼 수 있다.

원희룡 장관은 순천 방문 당시 “노관규 시장이 새 정부 인수위 때부터 자꾸 쳐들어오셨고, 그래서 들여다봤다”며 “이 문제는 어떤 지역 이기주의를 떠나 국가적으로나 미래 후손들에게 떳떳한 사업을 위해 전면적인 검토를 하게 됐다”고 순천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발언은 노관규 시장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현재 순천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 중 한 사람인 노관규 시장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도 큰 관심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8월 경전선 전철화 사업 도심 통과 반대 용산 대통령실 앞 집회 모습. 사진 제공=순천시지난해 8월 경전선 전철화 사업 도심 통과 반대 용산 대통령실 앞 집회 모습. 사진 제공=순천시


◇‘민주당=당선’ 방식 깨진 동부권 향방은

민선 7기부터 이어진 김영록 전남도지사의 최대 역점 사업으로 부각될 경전선 전철화 사업이 노관규 순천시장에게 시선이 쏠리면서 앞으로 전남 동부권 민심도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서부권 출신인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동부권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지고 있는 사실인데, 무소속인 노관규 순천시장의 정치력이 입증된 만큼 향후 민심의 향방에 대해서도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전라남도의 경우 ‘더불어민주당=공천’이 사실상 당선으로 인식돼 있지만, 동부권인 순천·광양시의 경우 이 공식이 성립되지 않고 있어서다. 이 두 지역의 단체장은 모두 무소속이다.

순천시는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 이정현 전 의원이 재선을 한 지역구로 최근 정부와 여권 인물들이 부각되고 있다.

이정현 전 의원은 지난해 6·1 지방선거에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나서서 민주당 후보인 김영록 전남도지사에게 낙선 했지만, 순천에서 31.98%라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오로지 민주당이 아니다’는 전남 최대 도시 순천시를 비롯한 동부권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만큼 다가오는 총선 결과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경전선 전철화 사업의 경우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주말을 반납하고 직접 체험 행사까지 진행하는 등 현안 해결을 했다며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쳤지만, 이제는 자신의 치적 사업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도 애매모호한 상황이 됐다”며 “민주당 정권 아래에서는 안 되고 국민의힘 정권에서는 해결이 되어가는 상황에 전남 동부권 민심 향방도 요동칠 것으로 전망 된다”고 말했다.


무안=박지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