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부터 개최되는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 시대가 막을 올린다. 시 주석과 함께할 최고지도부도 모두 시진핑 라인으로 채워진 만큼 시 주석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국정운영 전략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모든 권력을 쥔 전제주의 국가 중국과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의 이념 경쟁도 달아오를 수밖에 없다. ‘시진핑 3기’가 공식 출범하며 세계 패권을 두고 맞서는 주요 2개국(G2)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 세계 리더를 자처하는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서 사실상 러시아·중국과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전격 방문해 “우크라이나 편에 서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중국은 지난달 24일 외교부 성명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청했다.
중국은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지만 서방은 중국이 러시아를 우회 지원하고 있으며 무기도 보낼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를 지원하는 중국은 평화를 말할 자격이 없다며 중국의 대러 제재 반대 제안을 비판했다. 백악관이 추가 제재한 러시아와 제3국 기업들에는 중국 회사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맞아 유엔총회에서 러시아에 대한 철군 요구 결의안을 처리할 때 중국은 기권표를 던져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28일 시 주석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초청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끝날 때까지 중국과 미국 간 힘겨루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방 세력과의 연합전선도 계속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일본·호주·인도와 인도태평양안보협의체 쿼드(Quad)를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뉴질랜드·베트남 등 3국을 더한 쿼드+로의 개편을 시도하는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준으로 확대를 꾀하고 있다. 미국의 인태지역 외교·안보정책에 맞서 중국은 지난해 태평양 10개 섬나라를 방문해 안보·경제협력 강화를 시도했다. 남태평양은 미국의 군사 거점인 괌, 쿼드의 한 축인 호주와 인접한 군사 요충지다. 미국은 이에 맞서 최근 솔로몬제도에서 30년 만에 대사관을 재개관하며 남태평양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는 동시에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인도네시아를 끌어들여 반중 연합전선을 구축할 태세다.
대만 문제도 마찬가지다.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침공설이 이어지는 등 미국과의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다면 중국의 무력 도발로 대만해협의 긴장감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군사적 긴장감이 커지는 형국임을 감안할 때 올해 양회에서 증액될 중국의 국방 예산 규모에도 관심이 쏠린다. 중국은 지난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방비 지출을 전년 대비 7.1% 늘렸다. 중국의 국방 예산은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6.6%, 6.8%씩 증액됐다. 올해에는 미중 신냉전 심화와 양안 갈등 고조,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변수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만큼 10% 전후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태지역에서 미국과 연합세력의 대중국 견제 행보에 대응해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중국이 국방비 증가 기조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중국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서방 국가와의 갈등도 시진핑 3기가 넘어야 할 산이다. 중국은 미국·유럽과 2019년 홍콩 시위대 탄압, 2021년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로 대립해왔다. 미 의회는 강제 노동으로 만든 신장 지역 제품의 수입을 금지한 ‘위구르족 강제노동방지법’을 처리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미국은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 탄압을 지적하며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했다. 당시 캐나다 등도 동참했다.
서방이 시 주석의 약점인 인권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지만 중국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인권·내정 불간섭을 강조하며 중동·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유대감을 키우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중국·아랍정상회의, 중국·걸프협력회의에 연이어 참석하며 ‘달러 패권’에 맞선다는 데 뜻을 모았다. 앞서 3연임을 확정하자마자 팬데믹 이후 첫 순방지로 정한 곳도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이다. 당시 시 주석은 경제안보협의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 국가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우군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