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만 원 나오던 전기요금이 1월에는 200만 원 넘게 나왔어요.”
취약 계층이 이용하는 무료 급식소가 고물가 여파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치솟은 전기·가스비는 물론이고 각종 식자재 비용도 크게 올라 운영 자체를 고심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면서 물가를 감안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인근 무료 급식소 ‘밥퍼나눔운동본부(밥퍼)’의 주방 내 오븐은 작동이 중지된 상태다. 전기·가스 등 공과금이 30% 이상 오르자 경제적 부담에 쉽사리 오븐을 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애초 밥퍼 측은 급식소를 운영하지 않는 날에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빵을 만들어 제공하려 했지만 치솟은 전기요금에 빵을 나누기는 어렵게 됐다.
영등포역 인근 무료 급식소 ‘토마스의 집’은 상황이 더 나쁘다. 물가 상승에 월세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운영에 고충을 겪고 있다. 박경옥(64) 토마스의 집 총무는 “LPG 가스비 상승 체감이 가장 크다”면서 “재정적 압박 상황이 지속되면서 반찬이 부실해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토마스의 집 측은 월세가 밀려 퇴거해야 하는 상황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사정을 들은 LG 측에서 지난해 4월부터 1년 치 월세를 대납해준 덕에 간신히 고비는 넘겼지만 4월부터는 다시 재정적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고려대 인근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11년째 아침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성복중앙교회’ 또한 물가 상승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교회 주방장 김희정(62) 씨는 조금이라도 더 싼값에 식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시장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고 있다. 김 씨는 “애호박이 1500원 하던 게 2500원씩 한다”며 “가스비 상승으로 오이 같은 비닐하우스 재배 품목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길성훈 담임목사는 “고물가 시대에 청년들 식비 부담이 커졌기에 균형 잡힌 식사를 제공하고자 더 신경 쓰려고 한다”면서도 “조만간 날아올 공공요금 고지서가 걱정된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행여 급식소가 문을 닫을까 우려하는 이들도 많다. 중증 장애를 가진 딸 강예은(38) 씨와 함께 밥퍼를 찾은 김명자(69) 씨는 “딸이 다른 사람들의 식사를 방해해 일반 식당에서는 입장 자체를 거부당하기 일쑤”라며 “아직도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급식소가 없어지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물가에 따른 급식소의 근심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모양새다. 밥퍼의 최일도 목사는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무료 급식소 대상 공공요금 감면 정책이 없어 아쉽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약자 지원을 위해 민간의 선의에만 기대지 않는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물가 변동을 고려한 급식소 지원 조례 제정과 같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