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자국우선' 발톱 드러낸 美…'배터리로 불똥튈까' 촉각

■ LG엔솔 등 3社 예의주시

美, 반도체처럼 언제든 칼날 우려

성숙기 접어들면 주도권 바뀔수도

SK온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중인 배터리 2공장. 사진제공=SK온SK온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중인 배터리 2공장. 사진제공=SK온




미국이 보조금을 매개로 투자 기업의 영업 기밀인 생산 시설 공개와 초과 이익 환수 등을 골자로 한 반도체과학법 보조금 지급 기준을 공개하면서 배터리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 동맹인 우리나라의 기업을 향해 ‘자국우선주의’라는 매서운 발톱을 드러내면서 한국이 쥐고 있는 배터리 동맹의 주도권도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SK온·삼성SDI(006400)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최근 공개된 미국 행정부의 반도체과학법 보조금 지급 기준이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칠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시장에 과잉 개입한다’는 자국 내의 비판 여론에도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투자할 예정인 반도체 기업들에 무리한 조건들을 제시한 탓이다.

미국은 보조금을 조건으로 기업에 생산·연구 시설의 접근을 요구하거나 초과 이익 심사 과정에서 상세 투자 현황과 수익성 지표를 제출하도록 했다. 당장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타깃이 됐다. 반도체 패권 장악을 위해서라면 동맹국에도 언제든 ‘칼’을 겨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긴장하는 이유는 미국 우선주의가 배터리 산업으로도 옮겨붙을 수 있어서다. 국내 배터리 3사는 향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떠오를 북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합작법인 형태로 미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왔다. 미국은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전환이 늦어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배터리 기업이 없다. 국내 업체들에 의존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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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은 미국 자동차 회사 GM과 ‘얼티엄셀즈’라는 합작사를 세운 뒤 북미 지역 3곳에 공장을 짓고 있다. 2025년 이후 연간 고성능 전기차 200만 대에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SK온도 포드와 ‘블루오벌 SK’라는 합작법인을 설립, 미국 테네시주에 2025년까지 연간 전기차 120만 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삼성SDI 역시 스텔란티스 북미법인과 인디애나주에 2025년 가동을 목표로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배터리 산업이 성숙기로 접어들수록 한국 기업들이 쥐고 있는 배터리 동맹의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조짐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미국 포드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도 불구하고 중국 배터리 회사인 넝스더이(CATL)와 기술 합작 형태로 미국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IRA에는 배터리 부품과 광물 규정만 있고 기술 합작에 대한 규정은 없어 미국 정부가 태클을 걸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사실상 IRA 우회로가 마련된 것인데 2차전지가 국가기술전략산업으로 지정돼 미국 진출할 경우 5 대 5 합작법인을 설립해야만 하는 국내 기업에는 불리한 환경이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법에서 보듯 미국은 동맹국의 이익보다는 자국 산업과 기업의 이익 중심에서 시장을 만든다”면서 “아직까지는 배터리 주도권을 우리 기업들의 쥐고 있지만 공장이 완공되는 시점을 전후로 미국이 얼마든지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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