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임상 의사 출신의 외부 인사를 영입해 연구개발(R&D) 총괄로 앉혔다. 외국계 제약사 출신 연구소장이 부임한 적은 있었지만 대표이사가 아닌 사장급 임원을 외부에서 영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신약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국산 폐암 치료제 ‘렉라자’를 블록버스터 품목으로 육성하고 ‘제2의 렉라자’를 발굴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한양행은 김열홍(64·사진) 고려대 의대 종양혈액내과 교수를 R&D 전담 사장으로 선임했다고 3일 밝혔다. 김 신임 사장은 암 유전체 연구와 항암 치료 분야에 있어 국내 최고의 권위자로 꼽힌다. 고려대 의대 출신인 김 신임 사장은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후 고대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에 30년 가까이 재직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보건복지부 지정 폐암·유방암·난소암 유전체연구센터 소장과 한국유전체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고려대 암 진단·치료법 개발 사업단(K-MASTER)을 이끌며 구축한 데이터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암환자 정밀 의료 플랫폼 기업인 온코마스터를 설립한 바 있다.
김 신임 사장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합류해 중앙연구소와 임상의학 부문, 의약품개발실, 헬스케어개발실로 구성된 유한양행의 R&D 조직 전반을 총괄한다. 유한양행은 김 신임 사장의 영입을 계기로 암, 대사 질환, 중추신경계(CNS) 분야 등 3대 전략 질환군의 R&D 역량을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김 신임 사장의 주력 분야가 암 연구인 만큼 ‘렉라자’의 뒤를 이을 혁신 항암제 개발에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유한양행은 2026년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신약 개발을 위한 체질 개선에 힘써왔다. 2014년 국내 제약 업계 최초로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고 수년간 정상을 지키며 쌓아온 현금력을 토대로 공격적인 R&D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2014년 572억 원에 불과했던 R&D 투자액은 2020년 2227억 원으로 6년 새 4배가량 확대됐다. 유한양행이 2018년 미국 얀센바이오테크에 최대 1조 4000억 원 규모로 기술 수출한 폐암 신약 렉라자는 국내 31호 신약으로 허가를 받고 글로벌 블록버스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얀센은 렉라자 병용 요법이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면 향후 50억 달러까지 매출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에이비엘바이오(298380)와 공동 연구 중인 면역 항암제 2종을 비롯해 30여 개의 R&D 파이프라인을 가동하며 글로벌 신약 개발 중심의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