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스티븐 리(54·한국명 이정환·미국 국적)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가 미국 현지에서 체포됐다. 법무부가 지난 2006년 8월 미국 측에 스티븐 리 전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한 지 17년 만이다.
법무부는 스티븐 리 전 대표가 2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에서 체포됐다고 5일 밝혔다. 미국 당국이 스티븐 리 전 대표에 대한 소재지 분석 자료를 제공하는 등 긴밀한 공조 끝에 그의 신병을 확보했다는 게 법무부 측의 설명이다.
스티븐 리 전 대표는 지난 2003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사들인 뒤 되팔아 큰 차익만 챙기고, 국내에서 철수했다는 ‘먹튀’ 의혹을 규명할 핵심 인물로 꼽힌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매각하는 과정에서 스티븐 리 전 대표가 한국 정책 당국자, 금융권 인사들과 어울리며 계약의 긴밀한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국회 등의 연이은 고발에 검찰이 2006년 수사에 착수했으나, 당시는 스티븐 리 전 대표가 2005년 9월 미국으로 도피한 뒤였다. 검찰은 스티븐 리 전 대표에게 외환은행 불법 매각, 수익률 조작으로 업무상 배임, 조세포탈, 횡령 등 혐의가 있다고 발표하고, 2006년 그에 대한 기소를 중지했다. 또 미국에 범죄인 인도도 청구했다. 하지만 2017년 8월 이탈리아에서 체포된 사실을 한국 법무 당국이 뒤늦게 인지하면서 현지에서 석방됐다.
미국 당국과 법리 검토 등 혐의가 장기화되자 법무부는 지난해 새 지휘부를 구성하고 론스타 사건 전면 재검토에 착수했다. 특히 이노공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2월 ‘아·태 지역 형사사법포럼’에 참석, 미국 법무부 고위급 대표단과 양자회의를 갖고 ‘스티븐 리에 대한 범죄인 인도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법무부는 17년 만에 신병 확보에 성공하기는 했으나 곧바로 스티븐 리 전 대표에 대한 인도 절차가 진행되기는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가 범죄인 인도 절차에 동의할 경우 곧바로 송환이 가능하다. 이 경우 론스타 사건에 대한 재수사에 돌입할 수 있다. 하지만 스티븐 리 전 대표가 범죄인 인도 절차에 대한 현지 소송을 제기하면, 시일을 늦춰질 수 있다.
법무부 측 관계자는 “이태원 살인 사건 피의자인 아서 패터슨의 경우도 범죄인 인도 절차에 대한 현지 소송이 진행되면서 송환은 3~4년 늦춰진 바 있다”며 “스티븐 리 전 대표가 동의하면 송환이 가능하나, 범죄인 인도 절차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경우에는 신병 확보 시기가 더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