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제주항공 수요 48% 흡수 기대…"코드 맞추기" 지적도

◆제주 2공항 전략환경평가 통과

평가서 3번 보완 끝 조건부 승인

조류 보호·소음 대책 등 마련해야

성산일출봉 인근 서귀포시 위치

3000만명 수요 포화 문제 해소

환경단체 반대 여론 해결은 숙제


국토교통부가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2015년 이후 제주 제2공항 사업은 제주도 내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찬성 측에서는 제주 제2공항을 통해 제주도 관광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지만 제2공항이 환경오염과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을 부추길 것이라는 반론도 거셌다.








이 가운데 환경부가 공항 건설을 위한 ‘1차 관문’ 격인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조건부 동의’ 의견을 내면서 제주 제2공항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게 됐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에 이어 제주 제2공항 사업까지 윤석열 대통령이 지역 개발 공약으로 내세웠던 사업들이 속속 환경부 문턱을 넘고 있다.

6일 환경부가 이번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조건부 협의(동의)’ 의견을 밝힌 배경은 2021년 평가서를 반려 통보했을 당시 제기됐던 지적 사항들을 국토부가 개선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21년 당시 환경부는 △조류 및 서식지 보호 방안 △항공기 소음 영향 평가 △맹꽁이 및 남방큰돌고래 등 법정 보호종 보호 방안 △숨골(지하 암반 등으로 물이 흘러가는 길) 보전 가치 여부 파악 등이 미흡했다며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했다.

그러나 당시 지적 사항들을 국토부가 충실히 보완해 새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담았다는 것이 환경부 측 설명이다. 조류 충돌 가능성에 대한 보완책이 미흡하다는 환경부 측의 지적에 국토부가 “안전 구역별 관리 방안을 제시하고 곶자왈·오름·내륙습지 관리 계획과 연계한 서식역(서식지)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환경부는 “그간 제주 제2공항 입지 선정을 위한 다양한 절차와 연구가 이뤄졌고 2019년부터 3년 이상에 걸친 보완 과정을 통해 자연 및 생활 환경에 대한 환경 보전 대책 마련 등 입지 선정도 타당한 것으로 검토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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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숨골 보전 방안 미흡에 대해서도 국토부가 충실하게 전수조사를 수행했다고 환경부는 판단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업 예정지에는 총 153개의 숨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됐는데 관계 전문가들의 검토 결과를 보면 제주도에는 숨골이 총 2만~3만 개가 존재한다”며 “사업 예정지에만 숨골이 집중 분포하는 게 아니며 입지 타당성이 없다고 보기에는 불합리하다는 데 전문가들도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다만 몇 가지 ‘조건’을 달았다. 우선 구체적인 조류 충돌 위험 관리 계획을 환경영향평가서에 명시하도록 했다. 아울러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면서 항공소음 영향 및 대책, 법정 보호 생물 보호, 숨골에 끼칠 영향 등에 대해서도 정밀하게 현황 조사에 나서라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이번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제주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에 돌입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는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주체지만 제주도의 경우에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도가 환경영향평가 협의 기관이 된다. 환경부는 제주도의 환경영향평가에 관계 기관으로 참여해 의견을 내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으로 제주 제2공항 건설이 탄력을 받게 됐다고 분석한다. 그간 국토부는 제주 동남부 지역에 제2공항을 유치해 북부에 있는 제주국제공항에 쏠린 여객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제주 제2공항 부지는 성산일출봉으로부터 10㎞가량 떨어진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일대다.

지난해 제주국제공항 이용객은 2970만 명에 달했다. 항공기 운항 편수는 16만 9624회였고 제주~김포 노선은 전 세계에서 항공기가 가장 자주 오가는 노선으로 꼽혔다. 국토부는 제주 지역 항공 수요의 48%를 제주 제2공항이 흡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주 제2공항이 유치되면 2055년에는 연간 1992만 명의 여객을 수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주 제2공항은 이르면 2025년에 공사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7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가 통과한 데 이어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도 환경 당국의 문턱을 넘으면서 각지 개발 사업은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리산·속리산·북한산·소백산 등을 둔 지방자치단체들이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통과를 계기로 케이블카 공사 사업을 검토하기 시작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번 결정으로 환경 단체 등의 반발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전국행동’은 이날 “환경부의 노골적인 국토 파괴 행보가 제주 제2공항에서도 이어졌다”며 “사실상 국가 환경 보전이라는 부처 존립 근거를 스스로 파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환경부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과 관련해 환경영향평가를 통과시켰을 때도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코드’에 맞춰 환경부가 환경 규제 문턱을 낮추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제주 제2공항 모두 윤석열 정부에서 국정과제로 포함했던 사업들이다.

세종=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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