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부한 세금 만큼 정부로부터 혜택을 받고 있다고 인식하는 국민이 5.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재정지출이 효과적으로 사용되지 못한다는 평가로 납세인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다만 국민들의 성실납세의향과 조세 이해도는 높은 수준으로 국세청에 대한 신뢰도 역시 높았다. ‘적발될 가능성이 전혀 없어도 세금 납부를 회피하지 않겠다’는 응답도 70%넘게 나와 세금납부와 관련한 사회적 규범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제57회 납세자의날을 기념해 9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2023년도 국민 납세의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5세~64세 전국 2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납세 한 만큼 정부 혜택을 받는다는 응답은 ‘대체로 높은 수준’ 3.8%, ‘매우 높은 수준’ 1.8%로 전체의 5.6%였다. 30.5%는 납부한 세금과 유사한 수준으로 정부의 서비스를 받았다고 대답했고, ‘매우 낮은 수준’ 27.0%, ‘대체로 낮은 수준’ 36.9%로 63.9%는 혜택을 적게 받았다고 응답했다. 20대(9.4%)와 60대(8.3%), 미취업자(8.5%)가 상대적으로 납부 세금 대비 혜택을 많이 받았다고 응답했다. 연구원은 소득이 낮을 수록, 교육수준별로는 중졸 이하(6.5%)가 세금 대비 혜택을 많이 받는다는 응답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정부 혜택에 대한 부정적인 응답은 2012년 63.9%에서 2015년 69.9%로 상승했다가 이번 조사에선 63.9%로 제자리를 찾았다. ‘대체로 낮은 수준’이라고 답한 비중이 2015년 48.7%에서 2023년 36.9%로 크게 줄어든 영향이었지만 국민 3분의2는 납부한 세금 대비 정부로부터 받는 서비스 수준이 여전히 낮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재정지출의 효과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향후 납세순응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들은 각종 세금에 대해 55.0%가 잘 아는 편이라고 응답해 4점 만점 평균 2.57점을 나타냈다. 객관적 이해도를 측정하기 위해 부가가치세율을 묻자 응답자의 66.5%가 10%라고 맞게 대답해 올바르게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소득세 최고 세율에 대한 질문에서는 88.2%가 모르거나 잘못된 응답으로 답했다.
국민개세주의 원칙에 대해서는 관용적인 시각이 많았다. 소득이 낮은 사람이 소득세를 부담하지 않는 것이 문제인가라고 질문하자 ‘그렇다’ 28.2%, ‘매우 그렇다’ 13.9%로 전체의 42.1%로 나타났다. 즉 소득이 낮으면 세금을 부담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다소 높았다.
국세청에 대한 신뢰도는 ‘신뢰한다’가 34.7%, ‘신뢰하지 않는다’는 22.2%로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특히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답변이 2015년에 비해 9배 가량 증가한 9.4%였고, ‘약간 신뢰한다’도 2배 이상 증가해 25.3%를 보였다. ‘보통이다’(43.1%)응답까지 포함하면 77.8%가 국세청을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미신고 적발 시 벌금이나 형사 처벌 수준에 대해서는 ‘낮은 수준’ 49.7%로 ‘적당한 수준’ 28.5%의 2배 이상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적발될 가능성이 전혀 없으면 세금을 회피하겠냐는 질문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44.0%로 2012년 10.6%, 2015년 14.0%보다 사회적 규범이 강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원은 납세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정부에 대한 신뢰도와 정부의 재정지출이 효과적으로 사용되는가, 정부가 국민의 필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가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인용해 선진국일수록 안정적 재정에 의한 공공서비스의 제공이 만족스럽고 이에 따라 납세의식도 높다는 점이 이번 조사의 시사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