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00큐비트(qbit) 성능의 양자컴퓨터 개발을 추진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를 위해 내년부터 2031년까지 8년 간 9960억 원을 투입하는 ‘양자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최근 신청했다고 10일 밝혔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중첩’이라는 양자역학적 현상을 응용해 현재 컴퓨터와 달리 0과 1의 상태를 중첩해 연산함으로써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다. 연산성능은 비트 대신 큐비트로 표현된다. IBM, 구글 등이 개발 경쟁을 벌이며 수백 큐비트까지 성능을 높이고 있다. 특히 IBM은 큐비트를 매년 2배 이상 늘려 올해 1121큐비트급 양자컴퓨터를 공개할 계획이다. 이에 우리 정부도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밝힌 2026년 50큐비트, 2027년 500큐비트급 개발에 이은 새로운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양자컴퓨터뿐 아니라 양자통신, 양자센서 기술 육성 계획도 이번 프로젝트에 담았다. 연말에 예타를 통과한다면 내년부터 예산이 배분돼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프로젝트와 양자대학원 신설을 통한 고급 인재 양성 계획 등을 포함하는 ‘국가 양자 비전 및 발전 전략’도 상반기 내 발표한다.
정부는 이를 추진하기 위해 양자 기술을 국가 경제와 안보 실현에 핵심적인 12대 기술인 국가전략기술의 하나로 지정해 집중적인 연구개발(R&D) 지원을 펼칠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과기정통부 장관 직속의 양자 전담조직인 양자기술개발지원반도 신설됐다.
다만 당초 8년 간 2조 원 규모로 구상했던 예타 규모가 절반으로 축소되면서 미국·중국·유럽·일본 등과의 큰 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한국의 양자 기술은 2020년 기준으로 미국의 62.5% 수준이고 중국·일본·유럽에도 뒤처진다. 윤석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은 지난달 서울경제가 주최한 특별 토론에서 “미중 패권 전쟁의 와중에 양자 분야 기술 장벽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기술 패권 시대에 지금처럼 양자기술 경쟁에서 완전히 뒤처져 있으면 미래 경제와 안보를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