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 위기에 처한 회사를 되살리며 국내 해운 업계에 큰 족적을 남긴 이윤재 전 흥아해운 회장이 10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흥아해운이 12일 전했다. 향년 77세.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난 고인은 부산고,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70년 흥아해운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후 도쿄사무소장과 영업부장을 거쳐 입사 10년 만인 1980년 이사로 승진했다.
그는 흥아해운이 1984년 항로를 벵골만·홍해까지 넓혔다가 1985년 무리한 선박 도입과 과도한 계열사 지급보증 탓에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법정관리인을 맡으며 위기 타개에 나섰다. 고인은 한일 항로를 내실화하고 필리핀 항로를 개척하는 한편 홍콩과 싱가포르 등 동남아 항로에서 수송량 우위를 확보하는 전략으로 법정관리 위기를 극복했다. 도쿄와 홍콩·마산사무소 폐쇄와 선박·계열사 매각으로 1989년부터 실적을 개선해 1999년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베트남과 수교하기 전인 1990년 국내 최초로 베트남 항로를 개척했고 한중 수교 전인 1991년 중국 선사와 합작 형태로 정기선사를 설립해 정기 컨테이너 항로를 개설했다. 고인은 회사가 장금상선에 매각된 2020년 3월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35년간 흥아해운을 이끌었다. 2005년 바다의 날에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