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GNI 이어…플랫폼산업도 대만에 밀릴판

◆거꾸로 가는 韓플랫폼 육성

IT대기업 매출 美빅테크 2.9% 수준

공정위, 플랫폼 규제 입법까지 검토

대만은 자국 산업 육성 기조 천명

"신기술 활용하려면 규제 자제해야"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카카오(035720) 등 국내 플랫폼에 대한 독과점 규제를 강화하는 것과 달리 대만은 자국 플랫폼 보호·육성으로 경제성장을 이뤄내겠다는 기조를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1위인 대만 TSMC의 추격에 고전하는 상황에서 플랫폼 산업마저 대만에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만은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20년 만에 한국을 추월했다.



12일 대만 정부의 ‘디지털 경제 경쟁 정책 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정위에 해당하는 대만 공평교역위원회(FTC)는 “디지털경제와 관련된 광범위한 문제들이 아직 확립되지 않았고 국제적으로 그 관점이 상이하다”며 자국 내 플랫폼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FTC는 플랫폼을 규제할 때 국가별 시장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을 가진 미국의 규제안을 다른 국가가 무조건 따라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FTC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빅테크 규제에는 무역협상, 자국 기업 보호, 정치적 고려 등 다양한 의도와 목적이 있다”며 “경쟁법의 기본 취지가 경쟁 활성을 통한 소비자 복리 후생 증대에 있는 만큼 사전 통제나 급진적 규제 도입은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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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와 경쟁하는 자국 기업 보호에 초점을 맞춘 대만의 이러한 기조는 최근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우리 공정위와 대조적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에 과징금 257억 원을 부과한 데 이어 플랫폼 기업 감시망을 확대하고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플랫폼 독과점 관련 전문가 태스크포스(TF)가 첫 회의를 열었고 현행 법제의 개선 필요성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플랫폼 규제 입법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문제는 미국·EU의 규제가 겨냥한 빅테크에 비해 국내 플랫폼 기업 규모가 영세하다는 점이다. 구글·아마존·메타(옛 페이스북)·애플·마이크로소프트(MS)의 2021년 합산 매출은 1조 3792억 달러(약 1825조 원)에 달한다. 공정위가 지난해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한 카카오·네이버·넷마블(251270)·넥슨·두나무·쿠팡·크래프톤(259960) 등 국내 7개 정보기술(IT) 기업의 합산 매출은 미국 빅테크의 2.9%에 불과하다.

미래 산업인 플랫폼에 대한 경직적 규제로 대만과의 소득 차이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과 대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GNI는 3만 2661달러로 대만(3만 3565달러)에 뒤졌다. 대만의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나라를 앞선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다. 플랫폼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대표 플랫폼도 해외와 비교하면 여전히 경쟁력이 약하다”며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플랫폼 산업을 양분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플랫폼 육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9일 국회 공청회에서 “EU의 플랫폼 규제는 미국을 견제하고 자국 기업을 키우기 위한 것인데 국내에서 추진되는 법은 네이버·카카오 등을 억제하려 한다는 차이가 있다”며 “인공지능(AI)·디지털헬스케어·모빌리티·메타버스 등 신성장 기술로 초고령사회와 성장 둔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플랫폼 산업을 필요 이상으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세종=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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