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재택근무 끝났다"…조용히 미소짓는 사무용 가구

주택시장 냉각에 주요 가구사 역성장에도

퍼시스 등 사무용 주력 업체들 매출 성장세

사무실 출근자 증가에 사무 가구 교체 수요

IT 기업도 재택 종료 선언에 기대감도 ↑

기업 경기 악화에 ‘반짝 특수’ 가능성도


가구업계 전반의 침체된 분위기 속에 사무용 가구 업체들이 엔데믹 전환에 따른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가정용 가구 업체들이 주택 시장 냉각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골머리을 앓고 있는 반면 사무용 가구 업체들은 기업들의 재택근무 종료 선언에 따른 수요 증가에 성장세를 이어가는 양상이다. 본격적인 코로나 종료를 앞두고 사무용 가구 업체들의 긍정적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12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사무용 가구를 전문으로 하는 퍼시스(016800)는 지난해 3814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된다. 전년(3265억 원) 대비 16.8% 매출이 늘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4.23% 늘어난 93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퍼시스는 국내 사무용 가구 시장에서 약 6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로 평가받는 업체다.



현대리바트(079430)도 유사한 모습이다. 사무용 가구 시장에서 20%의 점유율로 2위 업체인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B2B(기업 간 거래) 오피스 분야 매출은 전년 대비 25.9%나 늘었다. 지난해 4분기에도 오피스 분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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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용 가구의 ‘약진’은 가구업계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와는 다소 상반된 모습이다. 국내 대형 가구 업체들은 식탁, 소파 등 가정용이 중심을 이룬다. 이로 인해 최근 이사 수요가 줄고 주택 경기가 얼면서 실적 악화의 고충을 겪고 있다. 가령 한샘(009240)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0.4%의 줄었고 4분기 매출도 전년 대비 13.4%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현대리바트도 지난 4분기 가정용을 포함한 B2C(기업 소비자 간 거래)의 매출은 전년 대비 20.6%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 사무용 가구 부분과는 상반되는 모습을 보였다. 신세계(004170)까사, 에이스침대(003800)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사무용 가구의 긍정적 분위기는 기업들의 사무실 복귀 흐름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퍼시스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원격 근무 비율은 23.5%로 2021년 32.7%에서 줄어드는 흐름을 보였다. 즉, 사무실에 출근하는 비중이 늘었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사무실 출근 일수도 4.77일로 전년(4.70일)보다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이 직장인들의 사무실 복귀에 맞춰 기업들의 사무용 가구 수요 또한 늘어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관련 업체들은 ‘코로나 종료’ 특수가 더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IT 스타트업들도 직원들에게 사무실 출근을 지시하고 있다”면서 “사무실 사용 빈도가 늘어난 만큼 사무용 가구 교체 수요도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현상이 한시적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무용 가구 성과는 기업 실적이 최대 변수로 꼽히는데 최근 기업들은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향후 경기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무용 가구 업체들의 실적도 결국 기업 경기를 따라가게 된다”면서 “최근 보여주는 매출 증가세가 코로나 종료의 반짝 특수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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