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김기현 신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와 만찬을 갖고 정 간 원활한 협의를 위해 월 2회 가량 정기 회동을 갖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신임 지도부의 당선을 축하했고 김 대표는 적극적인 입법으로 정부를 뒷받침하겠다고 화답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전·현직 지도부 간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찬을 가진 데 대해 브리핑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오늘 만찬은 저녁 6시30분에 회동해 단체 및 개별사진을 촬영한 뒤 시작됐다"며 "한식 위주로 식사는 준비됐고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지도부에 대한 축하, 새 지도부의 출발에 대한 덕담이 주를 이뤘다. 당정이 하나가 돼 국민을 위해 힘껏 일해 나아가자는 뜻을 함께 나눴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같이 만찬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김 대표와 김재원·김병민·조수진·태영호 최고위원,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등 3월 8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신임 지도부가 모두 참석했다. 대통령실 참모 중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이진복 정무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등이 참석했다.
이날 만찬은 윤 대통령이 김 대표와 최고위원들에게 “당선을 축하한다”는 덕담을 건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신임 지도부에 엄중한 경제 현실과 민생, 격변하는 안보 정세 등을 설명하고 당의 역할을 주문했다. 이번 만찬은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종료됐다고 김 최고위원은 전했다. 메뉴는 소고기, 꼼장어, 회, 콩나물 김칫국 등 정갈한 한식이었고 각자 맥주를 한 잔 정도씩 곁들였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여당 지도부와의 공식 식사 행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해 6월 10일 이준석 전 대표 등을 용산 청사로 초대해 오찬을 함께했다. 후속으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들어서자 그해 11월 25일 정진석 지도부와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만찬을 함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재임 시절 주요 현안을 놓고 대통령실 및 당내 친윤계와 잦은 마찰을 빚었다. 성접대 의혹에 휘말려 직무 정지 조치를 받는 과정에서 당을 흔들기도 했다. 정 위원장의 경우 그해 10월 취임하고 이듬해 3월 전당대회까지만 유지되는 시한부 지도부였던 탓에 국정과제를 지원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친윤계를 중심으로 정비된 이번 김기현 체제의 발족은 윤 대통령에게 어느 때보다 반가울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원팀으로 손잡을 수 있는 여당 지도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대표는 당과 정부에서 팀워크를 다지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이날 자신을 예방한 한덕수 국무총리와 만나 19일 고위당정회의를 열기로 한 것이다. 김기현 지도부는 이와 함께 정부 부처의 차관 또는 실·국장급 간부가 참여하는 정책조정위원회를 활성화해 각종 정책 입법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이날 당 대표 경쟁 후보였던 안철수 의원과도 만나 당에 설치할 과학기술 관련 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줄 것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안 의원은 “총선 승리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 당분간 숙고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고사했다. 김 후보는 14일에는 또 다른 경쟁 후보였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와 만나고 천하람 전남 순천갑당협위원장과도 회동해 당내 화합을 다질 예정이다.
한편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거쳐 ‘원팀’ 구성을 위한 주요 당직 인선을 완료했다. 특히 총선 공천의 실무를 담당하는 핵심 직책인 사무총장에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을 임명했다. 사무총장을 보좌하는 전략기획부총장과 조직부총장에 친윤계 초선인 박성민·배현진 의원을 각각 임명해 내년 총선 공천에서 윤 대통령과 친윤계의 영향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구자근 의원은 이날 에너지 소외 계층의 에너지 바우처(이용권) 신청 편의를 개선하기 위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김 대표와 함께 발의했다. 구 의원 측은 “최근 민생 이슈로 떠오른 저소득층의 에너지 이용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