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Global what] 유럽 녹색정책 '디커플링'…전기차·질소감축 급제동

네덜란드 지선 농민시민당 선전

상원 1위로…질소감축 정책 타격

'역내 1위 경제대국' 독일 필두로

내연차 퇴출 반대 움직임 거세져

전문가 "포퓰리즘 새 소재 될것"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유럽연합(EU)의 분열이 점점 심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질소 감축 반대를 기치로 창당된 정당이 지방선거의 최대 승자로 떠올랐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 EU 경제 대국들은 연합 전선을 형성해 EU의 전기차 전환 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탈탄소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농업·자동차 같은 일부 업계에 타격을 미친다는 점에서 기후변화가 포퓰리즘의 ‘새 소재’로 등장할 것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15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14~16일 진행 중인 네덜란드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인용해 신생 정당인 ‘농민시민운동(BBB)’이 상원 의회에서 15석을 차지해 최대 단일 정당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지방정부가 상원 의원을 선출하기 때문에 지방선거의 정치적 파급력이 크다. BBB는 정부의 질소 감축 정책에 반대하는 농민들이 2019년 창당한 정당으로 이전까지는 상원 의석이 0석이었다. 반면 집권 여당인 자유당을 포함해 4개 정당으로 구성된 연정 ‘네덜란드연합’의 상원 의석은 32석에서 24석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출구조사대로 상원이 구성된다면 2030년까지 질소산화물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정부의 목표가 큰 장애물을 만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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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달 1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EU의 '그린딜 산업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린딜 계획은 역내 친환경 산업에 대한 보호와 투자 육성을 목표로 한다. 로이터연합뉴스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달 1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EU의 '그린딜 산업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린딜 계획은 역내 친환경 산업에 대한 보호와 투자 육성을 목표로 한다. 로이터연합뉴스


네덜란드의 지방선거 결과는 EU의 2050년 탄소 중립 목표에 대한 각국의 반발이 가시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의 신차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EU의 야심 찬 법안은 ‘역내 1위 경제 대국’이자 ‘자동차 강국’인 독일의 거부권 행사로 투표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더 나아가 EU가 제안한 자동차 배출 규제 강화 법안인 ‘유로7’을 저지하기 위해 연합 전선을 구축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이탈리아·폴란드·포르투갈·루마니아 등 유럽 8개국 장관들은 13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모여 법안 수정을 위한 회의를 개최했다. 이에 대해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환경뿐 아니라 경제에 대한 실수”라면서 “(이 나라들과) 싸울 준비가 돼 있다”며 날을 세웠다.

기후변화 대응을 둘러싼 유럽의 분열은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U가 ‘기후변화 대응 모범 지역’을 자임하며 탈탄소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이해관계는 나라마다, 산업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동차 규제 제동에 열심인 독일과 이탈리아는 전통적인 내연기관차 강국이지만 전기차 전환은 중국·미국보다 뒤처진다. 농업 강국인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자국의 질소 배출을 EU의 허용량에 맞추기 위해 농장 수천 곳을 사들여 폐쇄하는 등의 급진적 정책들을 추진 중이지만 농민들의 거센 반대 시위에 직면해 있다. 독일은 EU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해 추진하고 있는 탄소중립산업법에 대해 1월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이 나서 “보조금 경쟁은 피해야 한다”고 밝혀 합의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향후 유럽의 포퓰리즘을 부추기는 소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미 스웨덴과 스페인에서는 각각 스웨덴민주당과 복스당 같은 극우 정당이 EU의 환경 정책이 급진적이며 서민의 삶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급진우익분석센터의 발사 루바르다 이념연구팀장은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극우 단체들은 기후변화 문제를 표심을 얻거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수익성 있는 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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