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혼자 밥 먹기)’을 할수록 아동의 행복감은 낮아지며, 가난한 아동보다 그렇지 않은 아동의 주관적 행복감이 더 크게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가난한 아동이 혼밥할 위험성은 여전히 더 높지만, 가난하지 않은 아동이 혼밥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에 더 취약하다는 의미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 교수 등 연구진은 최근 ‘혼밥이 아동·청소년의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논문은 ‘한국사회복지학’ 최신호에도 소개됐다.
연구진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2021년 아동행복지수 조사’에 참여한 전국 만 11~17살(초등5학년~고등 2학년) 2210명 가운데 평일 이틀간 여섯 끼 식사를 모두 한 570명(남 299명·여271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응답자들은 이틀간 발생한 혼밥 횟수와 함께 ‘어제 어느 정도 행복했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최저 0점, 최고 10점으로 점수를 매겨 답했다.
분석 결과 혼밥을 할수록 행복감은 더 낮아졌다. 아동 570명 중 혼밥을 하지 않은 326명의 행복감은 평균 7.14점으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혼밥 1회 아동(94명) 행복감은 평균 7.01점, 혼밥 2회(100명) 6.60점, 3회 이상 혼밥(50명) 6.44점 순으로 낮아졌다. 연구진은 이틀간 혼밥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집단과 3회 이상 한 집단의 행복감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선 연구에 따르면 아동 행복감을 낮추는 대표적인 요인은 가난이다. 부모의 낮은 경제적 지위로 인한 주거 빈곤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족 간 갈등을 유발시키고, 또래 관계를 위축시키며 정신과 신체건강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혼밥 횟수가 아동의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에서 빈곤 여부에 따른 차이를 분석했다. 이를 위해 조사대상 아동을 빈곤가구(기준소득 50%미만) 152명, 비(非)빈곤가구 418명으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혼밥의 증가는 비빈곤가구 아동의 행복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매일 혼밥하는 아동 중 비빈곤가구 아동의 행복감은 빈곤가구 아동보다 더 낮았다. 반면 혼밥 횟수가 0일 때 비빈곤가구 아동의 행복감은 빈곤가구 아동보다 높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 결과에 대해 “빈곤 아동은 주로 집에서 혼밥을 하고 있어 크게 행복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반면, 비빈곤 아동은 학원과 독서실 근처에서 혼밥을 하는 횟수가 늘어난다”며 비빈곤 아동은 학업 부담과 함께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는 외부장소에서 혼밥을 하기 때문에 혼밥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에 더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혼밥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상대적으로 더 익숙한 빈곤 가정 아이들과 달리, 이 상황이 낯설고 익숙지 않은 비빈곤 가정 아이들은 혼밥을 더 불편한 상황으로 여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