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결권 주식은 1개 주식에 2개 이상의 의결권이 부여된 주식이다. 초기 기업이 외부 자본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창업자의 지분율 감소로 기업에 대한 지배권을 상실할 우려가 있고,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노출될 위험도 있어 벤처업계가 중심이 돼 도입을 건의해왔지만 아직 법제화되지 못했다.
아직도 이런저런 이유로 복수의결권 도입을 반대하는 견해가 있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 올라가 있는 법안은 이같은 우려를 반영해 대부분 보완됐다. 우선 재벌 기업에 의한 악용 우려가 있다는 것은 법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나온 주장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복수의결권 도입 법안에 따르면 대상이 벤처기업에 한정된다. 재벌 기업은 원천적으로 이 법안의 대상이 아니다. 또 상속인에게는 인정되지 않으며, 상장 후 일몰조항이 있어 추가 안전장치가 마련됐다.
복수의결권 주식이 아니라 무의결권 주식을 통해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하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무의결권 주식만으로는 경영권 안정과 투자유치의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워 효용성이 매우 낮다. 무의결권 주식은 이익 배당에 대해 우선 권리를 갖는 대신 의결권을 포기하는 주식이다. 주주의 권리행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현대 금융시장의 흐름에 부합하지 못한다. 또 투자유치를 위해 무의결권 주식을 새로 발행하는 것은 발행주식 수의 증가로 이어져 배당에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상법상 1주1의결권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허용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1주1의결권 원칙이 상법상 중요한 기본 원칙이라는 점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런 원칙이 항상 합리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효율적인 제도라는 결론에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는다. 복수의결권 주식은 기업공개, 신규 투자유치, 합작투자 등 신생 벤처기업이 직면하는 다양한 상황에서 당사자들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1주1의결권 원칙이 회사법상 내재적인 절대적 원리가 아닌 정책적 요청에 의해 확립됐다고 본다면 주주 간 합의를 통해 의결권 제도를 융통성 있게 운용할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의결권 제도는 1인1의결권에서 최근 복수의결권까지 진화해왔다. 1주1의결권 원칙을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과 동일선상에서 이해하고 이를 강행법규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마지막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이 복수의결권 주식에 의해 침해 당할수 있다는 주장은 반대를 위한 구실일 뿐이다. 복수의결권이 있는 주식이 재산권을 직접 침해하지도 않을 뿐더러 복수의결권 주식의 존재를 알고 주식을 취득한 자의 재산권을 누가, 어떻게 침해한다는 것인가.
이 같은 이유들 때문에 많은 국가가 복수의결권 제도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주회사법 차원에서 의결권에 대한 규제가 없고, 회사 정관 규정으로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이 가능하다. 홍콩은 1주1의결권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의결권을 달리하는 종류주식의 발행을 허용해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일본도 1주1의결권 원칙을 규정하면서도, 단원주식이라는 독특한 제도를 도입해 사실상 복수의결권 주식과 같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싱가포르와 중국도 정관이나 별도의 행정법규 형식으로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한다. 국내에서도 복수의결권 주식을 상법상 종류주식의 하나로 도입하기보다 벤처기업법 특례로 규정해 벤처기업 창업자에 한해 인정한다면 일각에서 우려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혁신성장이라는 정책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쿠팡INC가 미국 증시에 상장한 이유 중 하나로 복수의결권 허용이 꼽힌다. 홍콩거래소와 싱가포르거래소는 중국 테크기업들이 복수의결권 주식으로 기업공개(IPO)가 가능한 미국 상장을 선호하는 것에 위기를 느껴 2018년부터 복수의결권을 허용하는 상장 규정을 채택했다. 2019년에는 상하이증권거래소가 복수의결권 주식 상장이 가능한 스타마켓(STAR market)을 개설했고, 인도의 증권감독당국(SEBI)도 복수의결권주식 상장을 허용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한다면 벤처기업에 대한 복수의결권 주식의 발행 허용은 국내 자본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