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엄마.”
인천 한 주택에서 40대 가장의 잘못된 결정으로 일가족 5명이 모두 숨지는 참극이 발생했다. 집 앞에 주차된 일가족 소유 차량에는 고사리손으로 삐뚤빼뚤하게 “사랑해. 엄마 사랑”이라고 쓴 그림편지가 놓여 있었다. 운전석 너머로 보이는 이 편지는 숨진 일가족의 과거 단란한 모습을 짐작케 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19일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미추홀구 한 주택에서 전날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 5명 중 가장인 40대 A씨가 타고 다닌 차량 등에 대한 추가 감식을 진행했다.
앞서 A씨 부부와 자녀 3명 등 일가족 5명은 전날 오전 10시 37분께 미추홀구 한 주택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의 친척 중 1명이 A씨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자 집으로 찾아갔다가 쓰러져 있는 일가족을 보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A씨는 방 안에 홀로 남겨져 있었고 그의 아내와 자녀 3명은 다른 방에 함께 쓰러져 있었다.
경찰은 A씨가 아내와 자녀들을 흉기로 살해한 뒤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날 사건 현장 앞에는 노란 출입 통제선이 쳐져 있었다. 마당에는 아이들이 타고 놀던 자전거 등이 놓여 있었다. 이웃 주민들은 집 주변을 서성이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웃들에 따르면 연년생 딸 둘에 막내아들을 둔 A씨 부부는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자주 동네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인근을 지나가던 한 이웃은 “자매가 있으니 아들을 낳으려고 셋을 낳았다고 들었다”며 “다들 너무 작고 예쁜 애들이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A씨는 주택 쪽문과 외관을 직접 고치는 등 살뜰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는 평소 아이들과도 잘 놀아주는 화목한 가장이었다고 이웃들은 기억했다.
다른 이웃들은 최근 들어 A씨 가족이 집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당혹감을 내비쳤다. 이웃들에 따르면 병원에서 만나 결혼한 A씨 부부는 2017년 말 이 주택을 3억 원대에 구입해 이사를 왔다. 이 과정에서 1억여 원의 빚을 지기도 했다. A씨 부부는 수개월 전 주택 2층을 찜질방으로 고쳐 세를 줬다.
가게를 운영하는 이웃 B씨는 “(A씨 부부가) 인천 다른 지역에 집을 사둔 상태라 곧 이사를 가야 하는데 시세보다 비싼 값에 집을 내놔서 잘 안 팔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최근 빚을 좀 졌다고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