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코오롱그룹의 건설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003070)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에 268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건설 업계의 ‘백기사’로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이달 초 한투는 태영건설에도 20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하며 지원군 역할을 했는데 향후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면 중견 건설사들을 상대로 사업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투뿐 아니라 메리츠증권(008560)과 KB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잇따라 부동산 PF 대출 시장에 구원투수로 등판하며 건설 업계 자금난의 숨통을 틔우는 모습이다.
2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코오롱글로벌의 대전 중구 선화동 주상복합 사업과 관련해 채무 만기 상환을 지원하는 데 268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주 내부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쳐 이같이 결정했으며 전체 지원 자금 중 1880억 원을 한투가 후순위 채권자로 책임을 지고 나머지 800억 원을 선순위로 일반 투자 사모펀드를 통해 매출 채권(연 8%, 만기 1년)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또한 차주가 대출 원리금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코오롱글로벌이 원리금에 대한 지급을 보증하는 조건이 달렸다. 코오롱 측의 대전 주상복합 개발 사업은 이달 초 사업 계획 승인이 완료됐다.
한투와 코오롱글로벌은 조성된 자금을 활용해 브리지론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만기가 도래하면 이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지원해줄 방침이다. 코오롱글로벌 입장에서는 브리지론에 대한 ‘돈맥경화’를 풀 수 있고 한투는 안정적 대출 방식으로 합리적인 수익을 노릴 수 있어 ‘윈윈’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투자증권의 한 관계자는 “코오롱글로벌의 단기 신용등급이 A3+로 안정적이고 주상복합 사업의 부실 가능성도 낮다고 판단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최근 대형 증권사들은 잇따라 건설사에 유동성을 투입하며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녹이고 있다. 한투는 이달 6일에도 태영건설과 2800억 원 규모의 금융 조달 상품 협약을 체결했다. 태영건설이 800억 원, 한국투자증권이 2000억 원을 각각 납입해 펀드를 조성하는 것으로 태영건설이 진행 중인 PF 사업들에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건설도 올해 1월 메리츠증권과 1조 5000억 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해 자금을 조달했다. 메리츠증권이 선순위로 9000억 원, 롯데그룹 내 롯데물산·호텔롯데 등에서 각각 6000억 원을 출자했다. 메리츠 측은 금리 12%와 수수료를 챙기고 롯데건설도 차환 부담을 덜었다.
KB증권도 금융그룹 차원에서 건설사 부동산 PF 사업 유동성을 지원하는 5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는 데 60%가 넘는 3260억 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KB금융(105560)그룹의 출자금은 현대·GS·롯데·포스코건설 등 4~5개 대형 건설사의 수도권 사업장 중 브리지론을 거쳐 본PF로 넘어가지 못한 사업들의 대환에 투입된다.
대형 증권사들의 이 같은 자금 지원 배경에는 금융 당국의 특별한 당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정상 사업장의 경우 PF 유동성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금융사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다만 건설 경기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데다 미분양 등 리스크 요인이 적지 않아 사업 순항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동성에 문제가 없더라도 최근 대우건설 사례와 같이 브리지론 단계에서 상환을 통해 사업을 종료하거나, 본PF로 전환했으나 미분양이 지속되는 환경을 고려했을 때 손익 악화에서 자유로운 실정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