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3일 국민의힘 유상범·전주혜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 재판부는 "법사위원장은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 지위에서 벗어나 조정위원회에 관해 미리 가결 조건을 만들어 실질적인 조정 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이는 국회법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 지위와 실질적인 토론을 전제로 하는 헌법상 다수결원칙을 규정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주도로 지난해 4월 29일(검찰청법)과 5월 3일(형사소송법) 각각 개정된 검수완박 법안은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를 기존 6대 범죄(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부패·경제)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로 축소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국민의힘 유상범·전주혜 국회의원은 국회와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민주당이 이른바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을 통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단계의 안건 조정 절차를 무력화했고, 본회의 단계에서 ‘회기 쪼개기’로 무제한 토론 절차를 봉쇄하는 등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헌재는 법사위원장의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무효확인 청구와 국회의장의 가결선포행위에 대한 권한침해 및 무효 확인 청구에 대해서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총 4가지 청구에 대해서 헌법재판관들은 의견이 4대 4로 나뉘었지만 캐스팅보트인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법사위원장의 가결선포 행위에 대한 권한침해 청구만 받아들여 최종 인용 결정이 내려졌다.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법사위원장·국회의장에 대한 권한쟁의를 모두 기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기각 결정을 낸 재판관들은 "법사위원장은 조정위원 선임 당시 무소속인 (민형배)위원을 비교섭단체 몫의 조정위원으로 선임한 것이고, 국회법에서 이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이상 위법한 선임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조정위원장과 법사위원장은 그동안 법안심사과정, 국회의장과 여야 교섭단체 대표의원 합의, 당시 회의장의 상황 등을 고려해 표결절차에 나아간 것이므로 헌재는 이러한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