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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큰 기대 옐런의 예금보장 소동”…“연준, 분기당 -0.2% 성장예측”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23일(현지 시간) 미 하원 청문회에 나선 재닛 옐런 재무장관. AP연합뉴스23일(현지 시간) 미 하원 청문회에 나선 재닛 옐런 재무장관. AP연합뉴스




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판단과 국채금리 하락에 기술주가 오르면서 상승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1.01%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30%, 0.23% 뛰었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이날 한때 연 3.38% 선까지 내려갔고 2년 물 국채도 3.76% 정도까지 떨어졌습니다.

시장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올해 금리인하 없다”는 발언에도 꿋꿋이 금리인하를 예상하고 있는데요. 증시에도 영향을 줬죠.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날 예금과 관련해 “필요 시 추가조치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오후3시께 이같은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어제오늘 소동이 빚어졌죠.



옐런의 발언에도 퍼스트리퍼블릭뱅크(-6.0%)와 팩웨스트뱅크코퍼레이션(-8.55%) 등은 최저가를 쓰기도 했습니다. 블록은 공매도 투자자 힌덴버그 리서치가 블록이 고객자료를 부풀렸으며 일부 계좌는 범죄에 사용됐다는 보고서를 내면서 14.82% 빠졌는데요.

영란은행(BOE)도 금리를 0.25%포인트(p) 올렸죠. 오늘은 지역은행과 예금보장, 기준금리, 실업수당 청구 등을 알아보겠습니다.

“옐런, 암묵적 약속 재확인 뱅크런 막으면서 의회 화나게 하면 안 돼”…“예민한 시장 앞뒤 자른 전달에 흔들린 증시”


우선 옐런 장관의 말부터 뜯어보죠. 어제 상원에 이어 오늘 하원에 출석한 옐런 장관은 “우리는 전염을 막기 위해 재빠르게 행동했으며 이를 위한 중요한 도구를 사용해왔다. 이 같은 조치는 미국인들의 예금이 안전하다는 점을 보장해준다”며 “확실히 우리는 필요 시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는데요.

이상하죠. 옐런이 하루 만에 또 말을 바꾼 걸까요. 그제 한 얘기를 어제 뒤집고 오늘 다시 번복한다니 이럴 수 있나 같은 생각도 들죠.

진실은 그렇지 않다입니다. 옐런은 거의 그대로인데 해석이 바뀌었는데요. 어떻게 보면 예민한 시장 상황이 빚어낸 해프닝에 가깝습니다.

시계를 돌려 21일로 되돌아가보겠습니다. 이날 미국 은행협회 행사에 참석한 옐런 장관은 “소규모 은행이 예금인출 사태를 겪어 이것이 전염될 우려가 있는 경우 (실리콘밸리은행이나 시그니처뱅크와) 비슷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고 했는데요.

하루 뒤인 어제는 이랬습니다. 상원 청문회 전체 내용을 찾아 들어보니 빌 해거티 테네시주 상원의원이 재무부가 외환안정기금을 통해 전액 예금보장을 추진한다는 언론 보도가 맞느냐는 질문에 “이것은 우리가 보고 있는 게 아니며 고려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며 “은행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연준 이사회 다수가 찬성하고, 재무장관이 대통령과 의논해 시스템적 리스크를 결정할 수 있는데 이는 뱅크런 전염 위험이 있을 때 한다. 이는 건별로 진행되며 어떤 포괄적 예금보장은 논의되거나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죠.

23일(현지 시간) 10년 물 국채금리 추이23일(현지 시간) 10년 물 국채금리 추이


해거티 상원의원이 ‘내가 있는 테네시주 은행들은 시스템적 리스크에 해당하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하자 옐런은 “은행협회는 주로 지역은행들로 구성돼 있는데 (시스템적 리스크는) 중대형 은행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고 지역의 소형 은행이 주변에 뱅크런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될 때는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주변 은행들의 예금 유출과 보고 등을 참고한다고 했는데요.

그제인 21일(은행협회)과 어제 22일(상원)의 발언을 종합하면, 소형이나 중소형 지역은행이 문제가 되고 뱅크런 우려가 있을 경우 FDIC를 통해 전액예금보장을 해줄 의사가 있음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1일이나 22일이나 얘기가 같습니다. 당초 21일 은행협회 연설도 대형을 해준다는 건 아니었죠. 암묵적인 지원 약속인데요.

당장 미국 정부는 일부 중소형 은행의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을 막아야 합니다. 그러나 2010년 만들어진 도드-프랭크법에 따르면 광범위한 예금보장을 위해서는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죠.

로저 퍼거슨 전 연준 부의장은 “어제 옐런 장관에게서 들은 것은 정책 담당자들이 두 가지의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는 것”이라며 “하나는 몇몇 은행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실적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예금전액보장에 따른 법적인 문제다. 정부는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의회를 화나게 할 수 있는 선은 넘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어제 옐런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건 우회적인 방법을 쓰지 않겠지만 FDIC를 통한 중소 은행지원은 해주겠다, 그런 이심전심을 원했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시장이 예민하게 받아들인 거죠. 특히 어제 옐런 발언의 앞뒤를 자르고 “전액예금보장은 우리가 보고 있는 게 아니며 고려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부분만 부각하다보니 마치 아무도 해주지 않거나 극히 제한적으로 해줄 수 있는 것처럼 들렸던 셈인데요.

옐런의 진심은 오늘 발언(하원)으로 뚜렷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옐런 스스로는 어제의 증시하락에 좀 더 명확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고 느꼈을 수는 있죠.

“스타우드, 6개 지역은행 사실상 파산 수준”…“미, 1분기 GDP 고려하면 남은 기간 역성장”


다만, 결과적으로 옐런의 말이 시장의 기대에는 못 미쳤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소형 은행 예금보장을 하겠다고 한 21일과 오늘 상황이 같지만 눈높이는 이미 올라간 상태죠. 옐런이 예금을 전액보장할 권한이 없음에도 최대한 해보겠다와 명시적으로 못 박는 것은 다르기 때문일텐데요.

실제 이날 주요 지역은행 주가가 하락했죠. 사전적 보장과 사후 보장의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인데요. 일부 지역은행의 경우 대규모 증자처럼 예금보장만으로는 되지 않는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보는 측면도 있겠습니다.



어쨌든 예금보장한도 상향 문제는 더 논의될 것 같습니다. 어제 옐런 장관은 “지금은 은행 시스템을 안정시키는 게 먼저”라면서도 “한도를 높이는 방안은 추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는데요. 다음 주에 의회에서 한도 상향을 위한 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입장을 정하지 않은 의원이 많고 반대하는 이도 있어 일시적인 확대도 통과할지 미지수”라면서도 “양당 간 기초논의는 이뤄졌다”고 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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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미국 지역은행의 문제는 여기가 끝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은데요. 세계적인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스타우드 캐피털의 배리 스턴리히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연준이 어제 금리를 올리면서 지역은행들의 손실이 커졌을 것이며 이는 이들이 연준으로 달려가 유동성을 확보해야 함을 뜻한다”며 “지난 주말에 동료들과 함께 6개 지역은행의 상황을 살펴봤는데 이들은 사실상 파산 상태였다”고 했습니다.

애틀랜타 연은의 1분기 GDP 추정치. 애틀랜타 연은애틀랜타 연은의 1분기 GDP 추정치. 애틀랜타 연은


이들이 모든 지역은행을 샅샅이 들여다본 것은 아니겠지만 전반적인 분위기 정도는 전해 들을 수 있었을텐데요. 스턴리히트는 또 “연준은 금리를 올리면서 (지역은행에) 스트레스테스트조차 하지도 않았다. 연준은 그들이 지역은행에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봤어야 했다”며 “미국 경제는 경착륙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월가의 이름난 헤지펀드 매니저 댄 나일스는 “은행위기는 상황이 좋아지기 전에 더 나빠질 수 있을 것”이라며 “다음 단계에서 정부는 결국 예금보장한도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점쳤는데요. 씨티는 퍼스트리퍼블릭뱅크의 앞날에 대해 △매각(가능성 낮음) △증자 또는 자산축소(가능성 낮음) △정부 개입 등 3가지가 유력하다고 봤는데요. 매각과 증자 등은 대규모 자본손실 가능성에 어렵고 그나마 정부가 들어가는 상황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했습니다. 아렌 시가노비치 씨티 애널리스트는 “어떤 식으로든 정부 개입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는데요.

지역은행의 어려움 지속과 연준의 추가 긴축은 경기침체 가능성을 크게 높입니다. 연준의 3월 경제전망을 보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0.4%로 지난해 12월(0.5%)보다 낮아졌는데요. 이것만 보면 큰 차이는 없는데 중요한 것은 1분기 성장 전망치가 강하다는 점입니다. 애틀랜타 연은에 따르면 1분기 GDP 추정치가 연율 기준 3.2%인데요.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준의 경제전망치를 바탕으로 역산하면 올해 남은 기간 분기당 GDP가 평균 0.2%씩 줄어든다고 가정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래서인지 시장은 연준과 또다시 내기를 하고 있습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5시5분 현재 다음 번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동결 확률이 64.7%로 0.25%p 인상(35.3%)보다 크게 높죠.

“침체 대비하는 연준, 금리인하 말하고 싶어도 말 못해”…“금리인하 시 즉각 반응은 증시 상승 vs 앞으로 더 깨질 것 위험”


연준이 내놓은 3월 경제전망을 보면 최종금리(terminal rate·터미널 레이트)가 5.00~5.25%입니다. 그러려면 5월에 한 번 더 0.25%p를 올려야 하는데 그러기는커녕 다음 달부터 동결이라는 거죠. 금리선물시장은 이후 7월 0.25%p 인하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0.75%p의 금리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는데요. 연말까지 금리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파월 의장의 생각과 딴판이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UBS는 이날 최종금리 전망치를 낮췄지만 각각 5.00~5.25%, 5.25~5.50%죠. 골드만삭스는 6월 5.25~5.50%가 최종금리가 될 것이라고 보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과 투자자들 사이의 치킨게임이 다시 시작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누가 맞는지는 지역은행과 상업용 부동산이 가를 듯한데요. 연준 스스로 마이너스 성장을 내다보고 있지만 향후 경제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기 때문이긴 한데요. 연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역은행과 상업용 부동산이 핵심이며 지금 상황은 단기간에 빠르게 높은 금리로 올라왔기 때문에 불안한 것”이라며 “시장은 국채금리가 내려와 있어 연준이 금리인하를 말하고 싶어도 말 못하는 상황으로 본다. 여기에서 틈을 주면 금리가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이제 증시 상황 보죠. 월가 일부에서는 연준의 금리인하가 올 경우 즉각적인 반응은 증시 상승일 수 있다는 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은행위기 이후 경기침체 가능성이 급격하게 높아졌지만 단기적인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건데요. 전날 스티브 소스닉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수석 시장 전략가는 “금리인하에 대한 희망이 최근 증시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CME 페드워치상 5월 금리 전망치CME 페드워치상 5월 금리 전망치


하지만 눈을 넓히면 조심해야 한다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요. 소파이의 리즈 영은 “연준이 어제 금리를 올리면서 앞으로도 무언가가 계속 깨질 것”이라며 증시하락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마켓워치는 “연준의 피벗(Pivot·금리인하)이 가까워졌고 국채금리 역전현상은 피크에 다다른 것 같다”며 “그것은 일반적으로 증시에 나쁜 소식(주가하락)”이라고 지적했는데요.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메리클은 “미국 경제의 더 심각한 하방 시나리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깊은 침체가 오면 증시에도 상당한 위험이 따르는데요.

물론 노동은 아직 강하긴 합니다. 이날 나온 미국의 지난 주(3.12~3.18)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19만1000건으로 블룸버그통신 집계치 중앙값은 19만7000건을 밑돌았는데요. 전주보다도 1000건 적었습니다.

최소 2주 인상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청구건수는 169만4000건이었는데요. 월가 전망치는 169만 건보다는 많았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비영리기구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기업 리쇼어링에 36만4000개의 일자리가 미국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지역은행 위기가 과장됐다는 반론도 나오지만 당분간 확실히 조심해야 하는 리스크가 맞습니다. 로빈 브룩스 국제금융연구소(II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침체를 대비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미 하원의 틱톡 청문회에서는 “공산당의 미국 조종도구”라는 험한 말까지 나왔죠. 안팎으로 리스크가 커지고 있습니다.

※네이버 기자구독을 하시면 월가와 미국 경제, 연준에 관한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는 매주 화~토 오전7시5분에 서울경제신문 유튜브 채널 ‘서경 마켓 시그널’에서 생방송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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