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을 다룬 드라마 ‘더 글로리’ 속 악역 캐릭터 중 가장 위험한 인물은 누구일까.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숙명여대 교수는 ‘학폭 4인방’이 아닌 문동은의 동료 교사를 꼽았다.
박 교수는 23일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에서 넷플릭스 화제작 ‘더 글로리’ 장면들을 보며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분석했다.
박 교수는 “드라마에서 제일 위험한 사람이 추정호 선생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추정호(허동원)는 초등학교 교사로,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문동은을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아이들을 상대로 불법촬영 범죄를 저지른 인물이다.
박 교수는 “가장 피해자가 많을 수 있는 사람이 추 선생”이라며 “어린 아이들의 이상한 사진을 찍는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피해를 입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피해자가 수백 명이 나올 수 있는 범죄”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동은에게 최대 가해자는 박연진인가, 엄마인가’라는 질문에 박 교수는 “연진이는 나에게 책임도 없고 의무도 없지만, 엄마는 다르다”라며 문동은의 어머니 정미희(박지아)를 더 나쁜 가해자로 꼽았다. 그는 “실제로 저런 모녀 관계를 한 번 본적이 있다. 모녀가 서로 굉장히 닮았고, 닮은 면 때문에 용서가 안 되는 관계가 이어졌다”며 “저런 관계는 서로 안 보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박연진(임지연)에 대해서는 ‘화이트칼라 사이코패스(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와 명망을 이용해 직업상의 직무수행과정에서 범죄)’라고 꼬집었다. 그는 “진짜 사이코패스들은 오히려 감옥에 있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실제로 학교폭력을 저지르는 친구들 중에서 자기는 전면에 나서지 않고 지시만 하고, 표면적으로는 절대 드러나지 않는 연진이 같은 친구들이 있다”고 했다.
특히 박 교수는 박연진이 딸 예솔이가 자신의 과거를 알게 돼 좌절하는 장면과 관련, “연진이는 정말 예솔이를 사랑하는 것 같다”며 “사실 연쇄살인범 유영철과 강호순도 자기 아들들은 아주 끔찍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영철은 범죄를 저지르다가 유일하게 두려웠던 순간이 ‘범행하고 있는데 아들에게 전화가 왔을 때’라고 진술했다”며 “자식에게는 부끄러운 감정이라는 게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박 교수는 박연진이 사이코패스라고 보지는 않았다. 교도소에서 마주친 어머니가 자신을 외면했을 때 애원하는 장면 때문이었다. 박 교수는 “사이코패스였다면 어머니에게 저 정도의 감정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연진이가 가진 모든 자부심의 원천은 사실 엄마였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연진의 전부였던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걸 본인이 느꼈을 때 저렇게 무너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미경 인턴기자 mic.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