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챗GPT 사용설명서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사방에서 챗GPT가 화제다. 인공지능(AI) 기반의 대화형 챗봇이라는데 마치 사람 같다. 챗GPT에 “오늘이 내 생일”이라고 말했더니 “축하한다”며 덕담을 하기도 하고, 여행하고 싶다고 하니 후보지를 제안하고 일정표도 만들어준다. 책이나 논문도 요약해주고 개념도 설명해준다. 자기만의 어조로 풀어서 답하는 챗GPT는 지식도 경험도 풍부한 예의 바른 중년 같다. 최근 챗GPT의 도움을 받아 책을 쓰기 시작했는데 반 년간 집필해온 다른 책의 페이스를 한 달 만에 따라잡았다. ‘진작 챗GPT가 있었더라면 강의 내용을 더 쉽고 풍부하게 만들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면서도 사람의 일손이 위협받는 시대가 성큼 다가온 데 대해 걱정이 몰려든다.

관련기사



당장 고민은 챗GPT를 학교 수업에서 어떻게 사용하느냐다. 챗GPT의 장점은 정보를 빠르게 검색하고 요약해 창의적 작업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창의성은 정보 뭉치를 조합해 해석하거나 사고해 새 정보를 얻는다는 의미다. 스티브 잡스는 이 같은 종합 능력이 탁월했기에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영국의 옥스브리지대, 파리정치대, 뉴욕시 공립고가 챗GPT 사용을 금지했다고 한다. 학생들의 창의성 학습에 저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란다. 뭐든 처음에는 저항이 있기 마련이다. 인쇄기가 발명됐을 당시만 해도 책을 만드는 데 쏟는 노력이 저하될 것으로 우려했다. 1960년대에 보급되기 시작한 TV가 대중을 교육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잠재력에 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인쇄가 사람을 게으르게 한다고 생각하거나 TV의 효용을 부정하지 않는다.

챗GPT도 마찬가지다. 무작정 막기보다는 그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작은 출처를 명기하는 것이다. 이는 원저자의 공헌을 존중하고, 자신의 글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타 학습자의 탐색에 징검다리가 된다. 챗GPT를 만든 오픈AI의 서비스는 2021년 초반까지의 온라인 문서, 웹페이지, 논문 등 다량의 데이터로 학습해 질문에 알찬 답변을 내놓지만 문헌을 제대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만일 학습자가 출처를 명시하지 않은 채 챗GPT의 내용을 인용하면 자칫 법적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

학습자는 챗GPT를 사용할 때 본인의 지식과 더불어 외부 자료를 참고해야 한다. 대화 과정에서 챗GPT가 제안하는 주제의 영역은 넓고 이를 선택하는 경로도 다양하다. 학습자가 자신 또는 다른 지식이나 정보를 이용해 주체적으로 주제를 한정하고 내용의 깊이를 더해가는 것은 독창적 아이디어를 내기 위한 첫걸음이다. 특히 유념해야 할 점은 챗GPT가 자신 있게 내뱉는 답변 가운데 오류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사전에 학습하지 못했거나 알고리즘 자체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같은 부정확성은 학습자를 정신차리고 작성하도록 유도해 긍정적일 수 있다. 몰입해 문서를 작성하면서 터득한 느낌이라든지 자신의 지식과 생각으로 덧붙인 경험은 웬만해서는 표절하기 어렵다. 표절은 카피킬러로 걸러낼 수 있겠지만 중요하지 않은 자구 수정에 그칠 수도 있기에 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AI의 공습에 대한 인간의 최선의 공격은 최대한의 활용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