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양

'K뷰티' 떠난 명동, 애플·나이키 러브콜에 임대료 하락 멈췄다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리테일본부 전무 인터뷰

'건폐율 99%' 다닥다닥 붙은 소형 매장에서

500평 달하는 대규모 플래그십 매장 탈바꿈

글로벌 브랜드 돌아오자 60% 달하던 공실도 뚝

임대료 하락 폭도 30%→4% 감소세 둔화


"코로나19 이후 명동은 이제 예전의 명동이 아닙니다. 과거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을 노린 목적성 상권에서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 위주의 상권으로 탈바꿈했지요. 따닥따닥 붙어 저마다 호객행위를 하던 화장품 매장들은 이제 3~4개씩 통합돼 애플, 나이키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의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로 재탄생하고 있어요. 작년 초 60%에 달하던 공실률도 4분기 40%까지 내려왔습니다."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한국지사 리테일본부 전무/사진=이호재 기자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한국지사 리테일본부 전무/사진=이호재 기자




24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한국지사 리테일본부 전무는 올해 명동과 홍대 상권을 다시 주목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무는 삼성전자 전략마케팅팀과 PwC컨설팅 컨설팅팀을 거쳐 2008년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회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한국지사에 입사했다. 15여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리테일 시장을 담당한 만큼 그의 손을 거친 브랜드와 주요 쇼핑몰·아케이드도 몇십 개에 이른다. 명동 엠플라자·눈스퀘어 등 쇼핑몰과 디타워,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인스파이어 리조트 등은 물론 블루보틀, 테슬라, 룰루레몬 등 해외브랜드들의 국내 진출과 여러 명품 브랜드들의 플래그십 매장들이 모두 김 전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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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빠르게 얼어붙었다. 코로나19 이후 시장에 쏟아진 유동성을 회수하려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긴축 기조에 들어선 탓이다. 김 전무는 "조달 비용이 급등하면서 오피스 가격은 예년대비 10% 이상 떨어졌지만 리테일 시장에는 봄이 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를 지나면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소비 수요가 빠르게 옮겨갔다"며 "이제 오프라인 공간은 돈을 버는 공간이 아니라 경험과 체험을 파는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잇따라 국내에 플래그십 매장을 내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플래그십 매장은 기업의 대표적인 주력 상품만을 모아 판매하고 소비자들이 직접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한 매장을 의미한다. 물건을 하나 더 판매하기보다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를 매장에 구현해 정체성을 알리고 인지도를 높이려는 취지다. 김 전무는 "과거 명동 지역의 상가는 대부분 건폐율이 99%에 달하는 건물들을 작게 쪼개 다닥다닥 매장들이 붙어 있는 형태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3~4개 매장을 통합해 대형 플래그십 매장들이 들어서는 추세"라며 "임차를 원하는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가파르게 떨어지던 임대료 하락폭도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명동 중대형상가의 임대료는 2020년 말 ㎡당 27만1700원에서 2021년 말 19만 원으로 30% 떨어졌지만 지난해 4분기 18만2000원으로 4% 소폭 내리는데 그쳤다. 이미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 텅 빈 명동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던 아디다스와 나이키, 애플 등의 플래그십 매장은 현재 연일 매장 밖에 길게 대기줄이 늘어서며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의류 브랜드 H&M이 코로나19 타격으로 철수한 뒤 약 6개월간 비어있던 자리에 들어온 나이키 라이즈 매장/사진=나이키 코리아의류 브랜드 H&M이 코로나19 타격으로 철수한 뒤 약 6개월간 비어있던 자리에 들어온 나이키 라이즈 매장/사진=나이키 코리아


또다른 주요 상권 중 하나인 홍대는 코로나19때도 타격을 가장 적게 받은 곳이다. 김 전무는 "홍대는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매장들이 많아 실제로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찾는다"며 "연남, 상수 등 범 홍대권 지역에 맛집도 많고 공항철도도 있어 앞으로 관광객들까지 흡수할 수 있는 젊고 트렌디한 상권"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인베스코, 도이치뱅크 등 발빠른 기관투자가들은 홍대에 있는 대형 부동산들을 선점했다. 과거 삼성생명 동교동 빌딩이던 건물은 인베스코가 사들여 1층에 카카오 프렌즈샵을 유치했다. 현재 머큐어호텔이 들어선 자리는 과거 이랜드가 켄싱턴호텔을 지으려고 매입한 땅인데 상인베스트먼트가 매입한 이후 무신사 스튜디오가 임차하면서 건물 가치가 크게 올랐다. 홍대 입구 맥도날드 자리는 도이치자산운용이 사들여 개발 중이다. 리테일(근생)과 공유오피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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