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힌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11개월간 도피 생활을 이어가며 해외 법인을 설립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해외 각국의 수사망에 오른 와중에도 범죄 수익을 세탁하거나 빼돌리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7일(현지 시간) 암호화폐 전문 인터넷매체 디엘뉴스는 권 대표가 지난해 10월 12일 세르비아에 ‘초도코이22 유한회사 베오그라드(Codokoj22 d.o.o. Beograd)’라는 이름의 회사 설립을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세르비아 등기소 발급 문서에 따르면 이 회사 소유주는 권 대표의 영문명인 ‘Do Hyeong Kwon’으로 나와 있다. 회사 이사 중 한 명은 권 대표와 함께 체포된 측근 한 모 씨로 확인됐다. 한 씨는 테라폼랩스 관계사인 차이코퍼레이션의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이들은 법인 설립시 한국 여권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도코이22는 ‘사업 및 기타 경영과 관련한 컨설팅 활동’을 명목으로 현지 당국에 신고가 이뤄져 등록된 상태로 파악됐다. 등기소 문건을 보면 이 법인은 자본금으로 100세르비아 디나르를 신고했다. 28일 한국 시간 오후 기준 환율로 1196원 정도다.
권 대표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가 그에 대해 적색수배를 내린 지 불과 3주 정도 지났을 때 법인 설립을 시도했다. 현지법인을 통해 권 대표 등이 범죄 수익을 세탁하거나 빼돌리려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달 23일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위조 여권을 이용해 두바이로 이동하려다 현지 경찰에 체포된 권 대표는 현재 한국을 비롯해 싱가포르·미국·몬테네그로 등 4개 국가의 수사망에 오른 상태다. 이 중 미국과 한국이 각각 자국에서 사법 처리를 하게 해달라며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지만 몬테네그로 당국이 문서위조 혐의로 그를 30일 동안 구금하면서 당분간은 어느 나라로도 가기 어렵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여러 국가가 동시에 수사 중인 인물을 자국으로 데려와 처벌하겠다고 주장한 전례가 없을 것”이라며 “권 대표가 어느 나라로 갈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