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대중 디커플링(탈동조화) 압박에 동조하는 국가들을 향해 경고를 날리고 있다.
푸총 유럽연합(EU) 주재 중국 대사는 30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중국과 EU 간 정상적인 관계를 방해하려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 국가들이 중국과 무역을 억제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제정신이라면 누가 중국처럼 큰 시장을 포기할 수 있느냐”며 “유럽 정치인들은 중국에 대한 긍정적인 기업 정서를 약화시켜 위험에 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푸 대사는 최근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동참한 네덜란드에 대해서도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네덜란드 ASML은 현재 미국의 요구에 따라 14나노급 이하 반도체 장비에 대한 중국 수출을 제한한 상태다. 그는 “중국이 자국 이익이 짓밟히는 것을 아무런 조치 없이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네덜란드에 대한 보복 조치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푸 대사의 이 같은 발언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중국에 맞서 핵심 기술에 대한 더 강력한 방어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밝힌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4월 방중을 앞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중국이 안보나 인권 침해에 악용될 수 있는 민감한 기술들을 획득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면서도 “중요한 교역 상대국과의 정치적·경제적 유대를 끊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중러 협력과 중국의 군사력 증강 움직임을 경계하면서도 EU 권역의 최대 무역국인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FT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목표는 중국과의 ‘분리’가 아닌 ‘위험 제거’라고 강조하며 미국과 다른 독자적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1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방중 직후 브뤼셀을 방문해 EU 관리들을 만나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을 순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동맹들에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라는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미국과 EU 간 입장 차를 파고들어 유럽권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꾀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